"들꽃은 바람을 타고" 표사글에서............. 여기 들꽃들에게 맑은 술잔을 돌리는 시인이 있다. 그 술잔에는 때론 봄비가 가득 부어지기도 하고 가을날 쓸쓸한 落花버석거리는 잎들이 가득 따라지기도 한다. 하물며 스스로에게 한 잔 가득 반성을 따라 마시기도 하는 것이다. 반성과 성찰의 시선에서 피어나는 들꽃 같은 詩語들. 스스로 피어날 줄 알고 스스로 질 줄 아니 그 어느 行間이 눈 밖에 나겠으며 마음 밖에 나겠는가. 또 한 시인은 돌의 혀를 갖고 있어 그 단단한 돌의 혀에서 사물의 이름들이 이슬처럼 베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苦行의 언어로 모든 것들의 누추한 이름들을 다정히 불러주는 것이다. 童心의 넓은 마당과 맑은 운동장을 가졌으니 즐거운 보폭에도 또 한 맑은 웃음의 丹楓이 드시겠다. 色色의 이름들로 한 번 쯤 다 시를 짓는 시인은 그 순정한 마음을 모든 영혼들에게 다 빌려주고 나서야 비로소 그늘에 앉아 쉬는 天刑의 즐거움을 깨닭은 것이 분명하시다. 즐거운 文章이 누추한 文章덮어주니 늦가을 서리 인들 제 집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하여 갈 곳 잃은 冷氣를 불러 세워 따뜻한 말로 녹이는 詩作의 名分이 여기 있으시겠다. -박해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