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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예민한 남자입니다
박오하 지음 / 밝은세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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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예민한 남자라고 하는 작가님이 궁금해졌습니다.
예민미가 넘쳐흐르는 고양이 표지까지 매력적인 책.
와인을 좋아하고 약속시간보다 10분 먼저 와 기다리며 책을 읽는 사람.
책을 다 읽고보니 표지부터 작가님의 성향이 잘 드러난 책이었어요:)

"나는 유별날 것 없는 평범한 남자다. 하지만 형용사 하나를 더해 볼 수도 있다. 
바로 '예민한' 여기서 예민함이란 남의 눈에는 별종이란 뜻이고 내 생각에는 상당히 감상적이란 의미이다."
-'예민하다'를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유의어로는 민감하다, 예리하다, 까다롭다. 반의어로는 무디다, 무감각하다.
어쩐지 '예민하다'의 본 뜻은 좋지만 유의어들은 조금 부정적인 느낌이 있지요.

굳이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사사건건 트집잡는 사람.
조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을 요즘은 '예민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예민함이 터부시 되는 사회랄까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예민한 사람'은 조금 다릅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
서로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며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 
타인보다는 스스로에게 좀더 엄격하고 내면의 밸런스를 유지할 줄 아는. 그런사람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제 나름대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개성시대라 '할 말은 하고 살자. 내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개인주의를 중요시하는 책들이 유행을 끌고 있지만, 언제나 반대의 사람들이 있어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가정과 회사, 사회, 그러니까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언제나 필요해요.
글에서 처럼 '마치 타인을 대하는 것처럼 멀찍이 떨어져 선 채로 스스로의 안을 살피고'
뿌리박혀 있는 어떤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그 예민함이야말로
스스로에게, 또 이사회에 필수불가결하지 않을까요.
저는 변화가 필요해 개혁이 이루어졌던 역사들 모두, 예민한 사람들에 의한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구절을 보고 생각이 난 오래된 일이 있는데,
중학생 떄 친구들과 번화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어요
하나 둘 모였던 친구들은 별 일 없이 수다를 떨며 다른 한 친구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30분, 1시간.. 저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고 싶었지만, 2시간이 지나며니서 속으로는 정말 작가님처럼
입을 앙 다물었죠.
2시간 뒤 온 친구가 미안한 기색도 없이 인사해왔던 터라, 그것이 촉매가 되어 저는 발끈 화가 났던거죠.
그래서 늦게 온 친구에게 왜 늦은건지, 왜 사과를 먼저 하지 않는건지 따지듯 한마디 했는데
그때 다른 친구들이 어쩐지 모두 저를 말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다른사람의 감정따윈 아무렇지 않은 무디고 무감각한 사람을 이 때부터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약속한 사람이 늦을 때 미리 연락만 된다면 대수롭지 않게 서점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고, 갑작스레 생긴 저만의 시간을 잘 이용할 수 있게되었지만, 사실 아직도 무딘 사람들을 조금은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민함을 측정하는 도구가 있다면 저는 보통-위험 정도의 수준일까요? 궁금합니다:)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공간,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장소들.
가령 도서관이나 미술관 등의 공간을 좋아하고,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의 아늑한 공간을 좋아하고 작게 말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욕설은 그냥 넘길 수가 없고, 내가 뱉은 말은 꼭 제게 돌아오는 법이라는 것을 믿어서 혀 끝을 조심합니다.
밥 먹을 때는 테이블에 항상 휴지가 준비되어 국물 한방울이라도 떨어지면 닦을 준비를 해두고요.4사람이 많아지면 서둘러 해치우는 사람보다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는,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가며 사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혼자 밥을 잘 먹는 것 빼고는 예민함을 상당히 감상적이라고 해석하는 박오하 작가님과 공통점을 너무나도 느끼며 책을 읽었습니다.
 역시, 좀 더 예민한 사람들로 이 사회가 이루어진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예민이 들을 위한 공감에세이, 추천합니다ㅎ

예민 나라를 보았니, 꿈과 희망이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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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 일상에서 찾은 감성과 희망의 이야기
이은재 지음 / 베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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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우연히 작가님의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고
따뜻하고 단아한 글을 보는 순간,
계속 이 글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 이웃을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헛헛할 때,
글귀를 찾고 싶은 날
조용히 들어가 위안을 받곤합니다.
아주 티나지않은 블로그 이웃이자 팬이었어요-
그런 작가님이 책을 내신다고 하니 한달음에
읽어볼 수 밖에요:)
화려하지 않아서,
담백한 문체에 작가님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일까요
책을 읽으며
딸로써, 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나의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그 글을 읽을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고
또 응원하는 한마디에 정말 힘이 나기도 했어요
말로 하는 위로나 응원보다
가끔은 얼굴을 마주하지도 않은 낯선이의 글에서
더 큰 위로를 받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두고두고 곁에 두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읽는
초콜릿같은 책
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ㅎ
아무렴요,
풀빵 남은 것을 파시는 할머니의 이른 퇴근을 위해
마지막 풀빵을 다 사버리는
그런 따뜻한 작가님의 에세이인걸요-
마음이 콕콕 아플 때마다 꺼내먹어요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추천해 주고픈 책입니다:)

ㅡ지금도 내면의 낯선 자신과 싸우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면 짧은 팔이라도 뻗어 안아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오늘도, 이래볼까 저래볼까
휘청거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방황은 언제나 옳습니다.(55p)

ㅡ언젠가는 딸아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낳겠지요.
그때쯤이면 엄마의 이 쓸쓸함을 이해하게 될까요?
엄마가 얼마나 저를 혹독하게 짝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을까요?(71p)

ㅡ신혼이 사랑하는 단 한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며 아득한 행복함을 느끼는 일이라면
결혼은 그 아득한 행복감이 엷어진 자리에
고요한 안도감을 채워 넣는 일이다.
휴전이 아닌 영원한 종전을 선언하며
각자의 뜰이 아닌 서로의 뜰에
화해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249p)

ㅡ얼마나 다행인가.
향기롭지 못한 일들이 세상을 뒤덮고
못난 권력으로 내리찍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한번도 변절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그런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승자가 아니겠는가.(2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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