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고래
다시 도벨 지음, 베키 토른스 그림,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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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어린애들, 아니면 아이가 있는 집에서나 보는 책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팍팍한 생활에 지칠 때, 활자에 담긴 뜻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머릿속이 복작한데 책은 읽고 싶을 때 그림책은 깊고 넓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사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건지 요새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도 그중 한명이라는 얘기.

 

<세상의 모든 고래>는 그림책치고는 글이 꽤 많은 편이지만 아름다운 그림과 적당한 균형을 이루며 보는 맛과 함께 읽는 맛도 느끼게 해준다. 워낙 고래를 좋아해서 하와이, 서귀포 등에 놀러 가면 웨일 와칭 하고 싶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실제로는 고래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내게는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목차만 봤을 땐 고래의 생태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도감류의 책일 거라 지레 짐작했는데 웬걸. 68페이지의 얇은 책에 기승전결이 다 들어 있다. 기본적으로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옆에서 조곤조곤 다정한 말투로 설명을 해주어 학명 등 어려운 내용이 나오는데도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만약 어린이를 대상으로 읽어준다면 책 가장 뒤에 나와 있는 용어 해설부터 함께 읽고 본문 내용으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고래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고래가 훨씬 더  똑똑한 생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다 같은 고래목에 속한다 하더라도 고래의 종에 따라 동료들과 소통하는 방식, 먹이를 사냥하거나 먹는 방식이 다르고 외뿔 고래의 경우 양치질까지 한다니 정말 놀랍지 아니한가. 똑똑한 생물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방식도 구체적일 터인데 단순히 미식을 위해 굳이 잡지 않아도 될 고래를 잡고 온 바다를 핏빛으로 만드는 인간은 참으로 잔인하고 또 잔인하다.

 

고래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내용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결국 환경보호로 귀결되는데 결국 고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비롯해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위한 고민이기도 하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입부에서 돌고래들이 정어리는 맛있었고 아이는 귀여웠지만 so long’를 노래하며 지구를 떠나는데 그런 일은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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