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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
모종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7월
평점 :
저자인 모종린 교수님의 글은 브런치와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접하고 있었고 전작인 『골목길 자본론』(2017) 이후 3년 만에 나오는 신작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라이프스타일 도시』(2016)에서는 도시, 『골목길 자본론』에서는 도시 속 골목, 그리고 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를 통해 결국 개인으로 수렴했다.
책에서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흥미로운 점은 부르주아(18세기~)와 보헤미안(19세기~)은 유럽에서 기원한 개념이며 히피(1960년대~), 보보(1990년대~), 힙스터(2000년대~)는 미국에서 기원한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세계경제의 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것과 관련이 있으리라.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라이프스타일인 노마드(2010년대~)는 그 특성상 특정 국가에서 ‘유래’했다는 표현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시발점은 미국일테지만...) 실제로 책에서도 ‘노마드 도시’를 특정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라이프스타일인 부르주아는 근대 시민 개념과 함께 등장했다. 15세기 이후 유럽에서 상업이 발달하며 부르주아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시민’, ‘개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부르주아 계층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이끌면서 귀족 계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류 계급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후에 등장하는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모두 부르주아에 대항해 생겨난 반문화 라이프스타일이다. 부르주아와 나머지 다섯 가지 라이프스타일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물질을 대하는 태도이다. 부르주아는 물질주의, 나머지 다섯 가지 라이프스타일은 탈물질주의를 추구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 밖을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와는 달리 행동반경이 지극히 넓어진 21세기에 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이 여섯 가지로 명확하게 구분할 순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보헤미안, 히피, 노마드의 특성을 조금씩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와 다른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해서 배격하지 않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공존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받아들여진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를 통해 나다움뿐만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독자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책 말미에 '나의 라이프스타일 찾기 테스트'는 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