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팝의 고고학 1990 - 상상과 우상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김학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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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서관 음악 서적 관련 코너에서 우연히 한국 팝의 고고학 1960, 1970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대표 저자는 신현준. 90년대 얼트 문화와 록 음악으로 록 음악 평론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었기에 믿고 읽었다.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었음에도 몰입감이 있어서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단숨에 다 읽었다.

 

나는 한국 대중음악 평론가들의 책을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돈을 내고 구입할만한 수준의 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었던 옛날이면 모르겠지만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요즘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나 신변잡기나 늘어놓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현준은 그러한 한국 대중음악 평론에서 매우 독보적인 인물이다. 냉철한 평론가의 관점에서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방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한국 대중음악 평론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라 이후 이 책을 구해보려고 했으나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재출간 된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에 구입했다. 게다가 후속 편이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1990년대편까지 새로 나와서 한국 대중음악 시리즈 완전체가 완성되었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한국 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대중 가요도 한국 가요도 K-POP도 아닌 한국 팝이라니! K-POP이라고 하면 요즘 한류 열풍의 K-POP과 혼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또 이후 저자 신현준은 동아시아 대중 음악에 대한 책을 쓸 계획이 있다고 하니 그 중 하나로 한국 팝이라고 명칭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대중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한국 팝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인지는 좀 회의적이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1990년대 시대 흐름별 정리가 아닌 각 장이 장르별로 다루고 있다. 또 공간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1990년대의 시작은 압구정동으로 시작한다. 압구정동은 1980년대 3저 호황 이후 서구화(구체적으로 미국화), 현대화의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압구정동은 강남으로 확장되고 이민파, 유학파들이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내고 있음을 소개한다. 댄스, , 발라드, 인디 등 90년대의 주요 장르, 뮤지션을 서술과 인터뷰를 통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인터뷰가 대부분 10년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원래 그 즈음 출판을 목표로 했는데 늦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좋은 점이라면 지금은 없는 고인들의 인터뷰도 수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인터뷰 당사자 뮤지션들이 10년간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빠졌다는 것은 좀 아쉬운 일이다.

 

아마도 당분간은 한국 현대 대중음악을 다룬 책 중에서 한국 팝의 고고학의 시리즈를 능가하는 책은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의 핵심 저자 신현준은 이제 한국 팝에 대해서는 그만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기반으로 증보판, 이 책에서 다루지 못했던 대중음악인 개인 연구, 장르 연구, 지역 연구가 많이 나오기를 기원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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