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 삶이 어렵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김영봉 지음 / IVP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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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위로가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201818일 오전 7, 몹시 춥고 눈 내리던 겨울날 아침에 용산 급행을 타고 노량진역에서 내렸다. 추운 날씨 때문에 마음이 함께 얼어붙었다. 미래를 위해 기약 없이 현재를 투자하기로 한 첫날이었다. “공무원시험이라는 다섯 글자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함께 내 발을 묶어 두는 것 같았다. 차마 마음 내키지 않는 학원을 향한 길을 무거운 발을 끌고 쓸쓸히 걸었다.

시험을 준비하던 처음 한 달간은 엉엉 울었다. 온갖 이론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나운 바람처럼 휘몰아쳤다. 매일 공부하고 잊어버리고 다시 머릿속에 주워 담고 하는 날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웃기게도 당시에는 위로라는 두 글자가 생각날 틈도 없었다. 멍청하게 앉아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이것저것 외워야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속에서는 깜깜한 미래에 대한 공포, 답이 없는 나의 처지에서 오는 연민, 세상을 향한 분노가 응축되고 있었다.

올해 9, 험난했던 여정을 마무리하고 그토록 원하던 학교로 돌아갔다. 복학생과 4학년이라는 뗄 수 없는 꼬리표는 사랑하는 공동체에 돌아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공동체가 나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공동체를 사랑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들이 어느새 두려움의 사슬로 바뀌어 나를 옭아맸다. 무의식 속에서 차곡히 쌓였던 상처들이 어느새 덧나서 내 마음을 콕콕 찔렀다. ,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다. 누군가가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내 상처를 토닥여주고 아무 말 없이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 책은 이런 상태에 놓여 있던 나에게 위로와 위로 너머의 것들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상처와 위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경험, 의견, 그에 관한 성경 이야기를 다루었으며, 위로를 넘어선 도전을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우리 시대 아픔의 문제를 복음의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1부에서 아픔을 바라보고,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누구나 주어진 삶을 소화해 나가면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상처를 입는다. 때론 바라보기 싫을 정도로 상처가 흉 져 있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상처를 외면하거나, 묵묵히 아픔을 참거나, 상처를 감추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자신을 옭아매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 결국,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상처를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무너져야 한다. 하나님과 타인에게 상처를 기꺼이 보여주고 진정한 치유를 경험해야 한다. 또한, 삶의 의욕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나의 생명은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며,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성공하는 삶과 쓸모가 있는 삶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랑받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생명의 길을 걷는 것이고,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삶임을 역설한다.

이 책의 2부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마음에 생채기를 자꾸 내는 어그러진 관계를 고치는 것이 용서와 화해이다. 하지만 용서는 쉽지 않다. 사람은 하나님을 떠나 타락한 본성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용서하기가 몹시 어렵다. 분노는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상처를 계속해서 곱씹게 만든다.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이 분노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건강한 자존감을 세운다. 또한, 용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서를 받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피해자 의식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사랑으로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 기꺼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타인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다.

3부와 4부는 현대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분노와 불안을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연관 지어 설명하고, 세상과 고난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으로의 도전을 이끌어낸다. 사회환경, 구조와 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우리는 항상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기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 상처에서 파생된 분노와 불안과 절망의 감정은 마음의 질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기울어진 운동장에만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에 올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고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꺼이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앞으로 올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며 고난을 감당해 내야 한다.

마지막 장인 5부는 죽음을 조명한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소개하고, 하나님이 선물해 주신 인생의 여정을 담담히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픈 것, 실패하는 것, 우는 것, 죽는 것은 모두 하나님이 허락하시고 준비하신 것들이다. 우리가 원치 않는 일들을 당해낼 믿음을 가지고 평안한 마음으로 이별과 죽음에 아름답게 순응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우울감에 빠져 살아갈 자신이 없는 사람이나, 그러한 사람들을 옆에 둔 가족들, 친구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묵상과 나눔의 질문들을 매 장 말미에 소개하고 제안한다. 저자가 제시한 질문을 이용하여 충분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고민하고 기도한다면 위로를 받고 위로를 하는 삶으로의 한 발자국을 용기 있게 내디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 인정하며,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고, 세상에서의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며,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 자신 스스로와 타인과 사회와 하나님과의 네 가지 관계의 회복이 상처의 치유와 위로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관계의 깨어짐으로 상처를 입고 고민하고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위로와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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