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편집장 - 말랑말랑한 글을 쓰기는 글렀다
박현민 지음 / 우주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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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을 다니다가 <빅이슈>라는 잡지를 마주쳐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학생 시절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빅이슈>에도 관심을 갖고 매 번 구매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잡지. 아무리 좋은 뜻과 가치를 추구하는 잡지라고 할 지라도 그 안의 내용이 재미가 없다면 대중들의 관심을 잃기 너무나도 쉬웠던 빅이슈. 하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발간되고있더라.

<나쁜 편집장>은 이런 빅이슈 안의 가치와 내용을 책임져온 편집장이 쓴 에세이다. 빅이슈의 발간 간격인 2주를 기준으로 '착실하게 기록'해온 글들을 한 데 모은 이 책은, 저자의 고뇌와 가치관이 그대로 담겨있다. 단순히 잡지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그 당시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였는 지 또한 이야기된다. 잡지란 것은 시대적 이슈와 배경을 담을 수 밖에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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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사랑을 갈구하는 순간, 타인의 시선만 남은 채 진짜 내가 고스란히 지워진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기 위해 생성된 조바심은, 내면에 있는 진심을 옥죈다. 적당히 타협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세상이고, 모난 돌이 정맞는 사회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그렇다면 난 착한 잡지를 만드는 나쁜 편집장이 되겠다.

<나쁜 편집장>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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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타협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가기보다는 모난 돌로 남기를 선택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둥글게 둥글게' 살며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갈등을 빚지 않고 살아간다면 꽤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겠다는 마음가짐은 가지기는 쉽지만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일까. 왠지 멋져보인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신념이 틀린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겠다고까지 한다! 심지어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니. 멍하니 드라마를 소비하기만 했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잡지를 생산해내는 편집장 뿐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한 사람이 어떤 이슈를, 더 나아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단순히 일에 치여, 하나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속에서도 사회를 둘러보고, 그에 대해 주관적인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를 다시 한번 공고히하고, 수정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가끔은 공감이 가기도,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을 조금 더 세심하게 보는 눈을 가진 저자가 너무너무 멋져보였다는 것. 그러한 눈을 가지기 위해 나 또한 노력해야겠지. 블로그 포스트를 생산하고 있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떤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세상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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