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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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누가 통치해야 하는가. 

 

국가

 

국가는 영토 내에서 국민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 단위다. 하지만 국가는 추상명사로서 실체가 없다. 따라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체가 필요하다. 국가권력을 양도받아 권한을 대행하는 실체가 바로 오늘날의 정부다.

 

국가의 중핵 기능은 내부 기강을 세워 반사회적 범죄와 같은 내부 혼란을 방지하는 것. 그리고 외침(外侵)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무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의 본질은 합법적 폭력이다. 세계 어디에도 강제력 없이 기강을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 국가의 본질이 폭력을 동원한 통제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가는 우리를 수호하고 감시하는 시대의 파놉티콘이다.

 

국가는 이념적으로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표상되는 자유주의 국가와, 입헌군주제나 전체주의로 표상되는 국가주의 국가다. 자유주의는 사람을 국가보다 우선시하고, 국가주의는 국가를 사람보다 우선시한다. 자유주의 국가는 시민들이 압제적 국가주의에 반발하여 고안해낸 사상국가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국가주의의 안티테제이며, 이 둘은 양립할 수 없다. 자유주의 사상이 만연한 한국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국가주의 사상을 지닌 지도자들이 척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논리전개다.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이는 '자유주의''민주주의'의 합성어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사조에 입각한 민주주의다. 영어로는 'liberal democracy'. 'liberal' '자유민주적인(respecting other opinions)' 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한량없이 자유롭길 원하는 'free'와는 엄연히 다른 단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소통과 화합이다. 따라서 현재 의회가 있는 공화정 국가들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해도 좋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국내에 도입하여 건국이념으로 삼았다. 고로 대한민국 헌법에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내포되어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민주주의의 단계적 발전 과정을 거친 서구와는 달리, 한국의 민주주의는 반공 투쟁과정에서 급하게 도입되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18번의 대통령 선거(대선), 20번의 국회의원 선거(총선), 6번의 지방선거(지선)을 통해 참정하였지만, 민주주의가 국민들의 의식에 올바르게 용해되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의식은 결손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념과 현실의 괴리는 필드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표출되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본바탕은 '주권재민' 사상에 그 뿌리를 둔다.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권한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합법적 폭력이나 권력 또한 국민의 동의로부터 나와야 한다. 대통령은 대의정치에 입각하여 권력의 행사권을 공공연하게 양도받은 자다.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은, 훌륭한 지도자를 선발하는 기능이 아니다. 다수결 선거가 항상 최선을 이끌어낸다는 보장은 없다. 부적격자가 당선될 위험은 언제나 도사린다. 민주주의의 강점은 권력을 남용하는 지도자, 무능한 지도자, 부도덕한 지도자가 집권하여 그릇된 방향으로 정사를 행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있다. 현행 제도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권력을 나눠 가져 서로를 견제하도록 만들었고(삼권분립). 권력자의 폐정을 방지하기 위해 '감사원''헌법재판소' 같은 기관들을 설립했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국가권력을 극소화하기 위해 발명된 제도다. 따라서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치제도 내에서는 형편없는 지도자를 타도할 수 있다. 박근혜 씨가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혐의로 탄핵된 것처럼 말이다.

 

 

대통령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권한은 실로 막대하다. 원하는 사람을 고위직에 등용할 수 있는 "내각 인사권",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국가정보원)과 군수사정보기관인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를 통솔할 수 있는 "정보권", 검찰과 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 "사정권",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다룰 수 있는 "경제권". 이 모두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이다. 여기서 사정권과 정보권은 대통령제의 본고장 미국에도 없는 권한이다. 이와 같은 전고미문의 권력 쏠림 현상은 기나긴 독재 시절의 결과다.

 

권력은 사람을 호리는 매혹이 있다. 지금껏 이 매력적인(?)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영구적으로 집권하려던 독재자들의 선례가 수없이 많았다.그렇기에, 비록 최악을 면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강점이라 할지라도, 훌륭한 지도자가 다스려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어떤 대통령이 다스려야 하는가"

 

시민들은 다양한 욕망들을 품고 살아가며, 그것들은 집결되어 한 시대의 과제로서 재생산된다. 비정규직 차별 축소,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현상 완화, 복지체제 증가, 저출산 고령화현상 해결, 남북의 평화, 경제 활성화 등이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요구들이다. 시민들은 단지 민주적인 정부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시민들은 내처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 따라서 오늘날 대통령에게는 시민과 소통하려는 수평적인 태세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우리 사회의 과제를 혜안으로 통찰하는 능력. 그리고 그에 따른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할 수 있는 능력들이 필요하다.

 

과거로부터 알 수 있는 것

 

저널리스트인 강준식의 저서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에는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해방 후 우리가 겪은 모든 권력자들의 역사가 집약적으로 담겨있다. 역사는 현재 우리의 삶과 관계를 맺을 때에만 그 가치를 발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지난 대통령들의 행적을 들여다보며 몇 가지 결론을 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민주주의와 독재정치는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집권은 각각 4.19혁명, 10.26사건, 6월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종식되었다. 독재정치는 비단 민중을 폭압하는 정치뿐만이 아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부정하고 통치자의 독단으로 행하는 모든 정치는 독재정치다.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이명박의 4대강 살리기 운동은 명백한 독재정치의 결과다.

 

박정희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사실은 언제나 높게 평가받는다. 김대중의 IMF 외환위기 타개도 마찬가지다. 정치란 자고로 먹고사는 문제와 국민의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혹평을 받을 수 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비판받는 부분은, 국민경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국민수호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UN에게 승인받고, 한미동맹을 강력히 하였다. 그래서 뒤에 발발하는 6.25 전쟁 때 유엔군의 신속한 파병이 가능했고, 북한의 남침으로 의한 적화통일을 방지할 수 있었다.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내는 정책들도 있다. 이승만의 의무교육제도,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 등 사회 인프라 확충, 전두환의 인터넷 네트워크망 개설, 김대중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실시와 사회보험제도(4대보험) 완성 등은 분명히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부조리와 악이 소거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국가만이 정의를 실천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10.13 특별선언=범죄 소탕선언)은 국민들에게 무질서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었다. 김영삼은 부패된 군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여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고, 윗물맑기운동을 실시하여 주요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을 공개했다. 전직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위해 임기 내내 투쟁했다.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가? 그 답은 과거가 말해주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본질과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 국가 안보와 경제를 진취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사람.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누가 적임자인지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오는 5월 9일은 19대 대선이다. 장미꽃이 피는 계절, 모두 후회없는 투표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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