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길을 품다 - 풍찬노숙에 그려진 조선의 삶과 고뇌
최기숙 외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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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그리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나는 살면서 "눈물이 많은 사람이야"라는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 즉 정을 많이 보여주는 편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눈물'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것이다.

눈물만큼 인간미를 잘 드러내주는 것은 없다. 그래서인가 쑤퉁의 소설 <눈물>을 보면 주인공을 비롯해 그 마을 아이들은 모두 눈물을 엄청나게 흘리는데, 성장해가면서 이제 어린아이를 벗어난 이들이 눈물을 보이는 것은 흉잡힐 일이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에 주인공 비누는 '머리카락으로' 울고, '손으로' 울고, '귀'로 운다.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손에 땀이 배듯 물이 흘러내리며 귀에서 물이 나온다)

 

이 책의 테마가 '눈물'은 아니지만 이 책의 나오는 주인공 10명은 모두 눈물이 많다. 즉 조선 남자들의 눈물이다.

첩보길을 떠난 일행 3명은 첩보원임에도 불구하고 노숙하면서 두려워서 "서로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내를 떠나보낸 심노숭 역시 눈물로 글을 짓고 세월을 보냈다. 그의 작품중 <눈물이란 무엇인가>도 있잖은가. 상소길을 떠난 이들은 봉입을 하지 못하고 서러움에 눈물을 흘린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길'이란 것이 삶의 생생한 과정이고 그것은 험난한 여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일반 역사책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고됨, 외로움, 두려움 등을 여는 책들과는 차별성 있게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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