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가를 이렇게 늦게 알게 된것에, 애통하기 그지 없고
그래도 그나마 나의 30대를 작가와 함께 시작하게 된것에 또한 기쁘다.
막 서른이 되고나서 화들짝 놀라 나를 돌아보니
나는, 내가 하는 일 이외에는 잘 모르는 무식한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정치에도, 사회에도 그닥 관심이 없고 그닥 뾰족한 생각도 없이
그저 시간만 지나가서 막 30대에 접어든 내 모습이
너무 공허해서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 집어든 책이
알랭드보통의 '불안'과 '세상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였다.
아.. 두 책 모두 매우 만족.
그동안에는, 가벼운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등의 편협한 독서만 했었는데
내 인생의 지평이 조금이나마 열린느낌이다.
이렇게 뒤늦게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너무 기쁘다.
이런 책이 이만큼이나 재미있을지 몰랐다. 교과서 같은 책일까봐 처음엔 조금 겁먹었다.
하지만, 현대인의 불안을 체계적으로 이야기 했지만, 결코, 딱딱하진 않았다.
많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도 있고 (의외의 기쁨이었다!)
읽다보면 술자리나, 카페에서 저자와 같이 앉아서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서 귀기울여 듣게 되는 그런느낌.
읽으면서 내내 아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성인이 되고 사회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느껴왔던,
뭔가 실체를 알수 없이 기분나쁘지만 어쩔수 없다고 느꼈던
흐릿흐릿 구름처럼 불분명하던 불안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점차 제 모습이 분명해 지는 것을 느꼈다.
헤메고 있는 나를 위해 저자가 대신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이라면...
예전의 시대에서는 신분의 차이가 있던 불행한 사회였지만,
오히려 그 계급, 신분의 철폐로 인한 현대가
행복의 심리적 측면에서 보자먼 그시대보다 못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재미있었다.
중세시대의 농민계급에게 '가난함'은 '불편'한것이지만 '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가난함'은 불편할 뿐아니라 '부끄러운'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덧입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전과 같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와는 달리
현대의 '기회가 주어진 세상'에서는 가난한자는 곧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노력하지 않은 자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는 지적.
예전의 농민계급은 그 윗계급이 되고자 아둥바둥 평생을 두고 발버둥치지 않았고
그래서 대다수가 가난하고 힘들었을망정, 심리적 만족감은 현대인들보다 더 높았을거라는 저자의 지적.
그러나 지금은 현대사회의 구성원은 모두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발버둥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는 그런 고찰.
정말 흥미로웠다.
아,
누구라도 나처럼,
가벼운 책들만 보다가
뭔가 진지한 책을 읽어보려고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던 사람들 모두에게,
그리고 정말 현대인의 불안에 대한 멋진 고찰을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알랭드보통의 다른 책들도 어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