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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를 보내지 마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횟집이나 수산시장의 큰 수조안의 오징어며 꽃게들을 볼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기진한건지 포기한건지 아니면 상황에 그저 어리둥절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개체들이 있는가 하면
부질없지만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개체들이 있다
그 수조의 벽을 넘는다 해도 밖은 차가운 돌바닥인것을.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바다는
차로도 한시간 넘게 가야하는 먼 곳인 것을.
그것을 모르고 저렇게 필사의 몸부림이라니.
물론 극히 낮은 확률로 살아서 바다로 되돌아갈 확률이 있긴 하지.
저 개체의 안쓰러운 투쟁에 마음이 너무 아픈 나머지 어느 개인이 돈을 주고 사서
친히 바다까지 데리고 가서 (그 사이에 죽지 않는다면)
바다에 다시 풀어줄 (고향바다가 아니더라도) 확률이야 0%는 아니지 않을까.
인류 역사상 누구 한사람은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나는 매번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그런 힘든 노력을 하는것이 나을까, 아니면 금세 포기하는게 나을까.
저 개체들은 본인이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포기해야하는가 아니면 끝까지 노력해야 하는가
무지는 축복인가 아닌가.
결국 인간도 저들과 마찬가지의 운명은 아닌가.
우리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며, 어디까지 알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과는 상관없이라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것인가.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마음이 아파서
그냥 결국 외면하고야 만다.
매번 그런 수조을 볼 때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대충 사전 정보를 알고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화 "아일랜드"가 생각나서
비슷할거 같아서 책이 손에 잘 안잡혔다.
사놓고도 한참 읽지 않다가 이제 겨우 읽었다
인간의 성장기의 심리가
의미를 알고자 하는 고뇌의 묘사가
여튼 여러모로 ㅡ 꽤 영화 아일랜드와는 다르기도 하고 (매체의 차이기도 하겠지만)
- 좋은 책이었다.
활어 수조 안의 오징어가 여전히 떠오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Never Let Me Go 노래 그 장면에 대한 첼시와 마담의 이해의 온도차...
그 두 장면의 온도차가 이 소설의 가장 훌륭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왜 다들 도망치지 않고 그저 "임무"을 기다리는건지 의아했지만....
인간의 잔인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생명은 어디 수준까지 소중한가
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의 경계는 어디까지 여야 하는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럽다
수조안의 오징어는 여전히 나인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