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1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 만화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단한 일본 만화 작가들 중의 한 사람으로 주저없이 히로카네 켄시를 뽑지 않을 수 없다. 마흔이 넘어 만화에 대한 취미를 다시 갖게 해준 작품이 바로 히로카네 켄시의 '시마과장'이다. 단순히 직장 생활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시작한 '시마과장'이 후반부로 가면서 또 '시마부장', '시마이사' 등의 속편으로 이어지면서 작품을 위한 작가의 취재와 연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슴을 작가 후기를 통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일본 만화의 힘은 한국 만화와 다르게 엄청난 자료 수집, 취재와 연구에 있다. 이를 상업적 토대 위에 더욱 심화시킨 것이 분업을 통한 역할 분담으로 나타나는 집단창작이다.

 이 '정치9단'도 이러한 취재와 연구없이 나올 수 없으며, 이러한 만화가를 통해 일본이 '만화왕국'으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히로카네 켄시는 취재 활동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공부를 하면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정립해 간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의 입으로 또 작품 속에서 드러낸다. 13권 작가의 말 중에 보면 '청렴함만으로 당선된 정치가가 늘어난다해서 일본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라든가, 13권 160쪽에서 주인공인 카지 류우스케를 통해 "우리 정치가가 취한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면, 다음 선거때 우리를 낙선시키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민의의 반영"이란 것 아닐까요? 항의를 위해 일부 세금을 내지 않는 행동은 단순한 '세금 체납'이지 결코 국민이 취해야 할 정치 활동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만화가가 한국에 몇명이나 될까? 그렇다고 해서 히로카네 켄시의 정치적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특히 국제 정치에 관해서는 더 더욱 그러하며, 독도 문제를 비롯한 한국과의 정세 문제는 우려를 자아내게까지 한다. 14권 181쪽에서 카지 류우스케를 통해 "우리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겠습니다. 다케시마는 에도시대 초기에 발견됐는데, 당시엔 마츠시마라 불리웠습니다. 호우키번(톳도리)의 오오타니와 무라카미 두 집안이 막부로부터 그 섬을 하사받아 경영했었다는 문헌이 있지요. 당시 다케시마란 이름은 울릉도쪽의 명칭으로 이소다케시마라 불리웠다고 합니다."라고 하며 마치 상당히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국과 일본의 독도 영토분쟁을 다룬 것처럼 말한다. 한일 양국이 서로 타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듯 하여 양보와 조정이 필요한 영토 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재미있지만 심각한 일본 정치 만화이다.

 예외없이 한국인이라면 이 부분이 일본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에도 인기있는 일본 만화작가가 아직 논리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세대에게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 일본 우익보수의 정치 견해를 표출하는 것을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다. 이 만화는 당연한 얘기인데, 일본에 더 많은 독자층이 있다는 것이다. 우익 보수의 대 아시아 정치 견해를 당연한 것인양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곧곧에 나오는 자위대의 역할에 관한 견해가 그러하며, 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에 대한 견해가 그러하다.

 물론 그리고 솔직히 이 만화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만화로서, 만화임에도 상당한 수준의 논의들이 있슴을 말하고 싶다. 정치가의 자질과 본분에 관한 견해라든가, 한국판으로는 2000년에 출간되었슴에도 마치 2007년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을 내놓은 듯한 13권의 이야기는 이 만화가 상당한 수준임을 알려준다. 이러한 만화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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