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리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어느 카페에서 읽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 대한 서평을 읽고 나서다. 찾아보니 호평이 굉장히 많았으나 한국 장르소설에 대한 불신과 엄두가 나지 않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단권짜리 책을 보고 읽기를 포기했다. 작가님이 글을 더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됬다.
그 후 페이스북에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분권 소식과 함께 이 책의 출간을 접했고 취직하고 졸업하는 친구들을 떠나 보내며 아직도 졸업조차 요원한 나의 처지에 괴로워하던 차에 출시 이벤트로 받은 것을 이제야 읽었다.
마흔 여덟번째 면접을 보는 M은 강박적이다.
그를 몰아넣은것이 계속된 구직 실패인지 아니면 면접 그 자체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M은 면접이기 때문에 강요되는 것들에 집어삼켜져 속이고 의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실제 면접장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면접 합격 후 연수원에 간 이후의 분량이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면접이다.
왜냐하면 M은 연수원 생활을 면접의 연장선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가지 사소한 오해들로 인해 M은 자신이 계속해서 평가받고 있다고 여긴다. 면접에서 반드시 합격하고 말겠다는 M의 의지는 처절하다.
최고로 보이기 위해 팀원을 다그치고 친구를 팔아넘기고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매일 늘어나는 X는 자신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M의 과도한 행위와 망상은 관객을 불쾌하게 한다. 눈을 돌리고 싶어서 책을 잠시 덮었다.
늦어도 다음 분기면 나도 면접을 보기 시작할 것이고 운이 좋아 합격한다면 연수원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입영 예정자들에게 군대가 그러하듯 아직 내게는 미지의 세계다.
이것은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괴담이다. 그래서 더 두렵다.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연극에 철저히 관객이 되지는 못했다.
완벽한 판타지는 독자를 겁먹게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미지의 것에 대한 극적인 두려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망상과 두려움이 나만 가진것이 아님을, 나또한 길을 잃어버린 M에게 침묵으로밖에 대답할 수 없는 길을 모르는 수많은 관객의 일부임을 가르쳐 준다.
M이 겪었던 일들을 내가 직접 겪은 후에 다시 한번 읽었을때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