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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세계 -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오래된 감각에 대하여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나지윤 옮김 / 소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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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소용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사랑을 감정의 영역에서 떼어내
철학적·존재론적 공간 위에 다시 올려놓는다.
그는 사랑을 세계라 부른다.
세계란 관계의 결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지는 지층이며,
그 지층의 두께는 우리가 타인을 어떤 존재로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의 문체는 차갑고, 절제되고, 무게가 있다.
일부 독자에게는 딱딱함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러나 그 무표정한 언어는 감정적 장식 대신
사유의 뼈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하루히코는 말한다.
사랑이란 결국 “타인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존재하려는 윤리적 연습”이라고.
이 문장은 관계의 본질을 해부학적 정확성으로 포착한다.
우리가 사랑에서 겪는 갈등과 오해, 거리 조절, 상처의 모든 순간은
결국 타인을 하나의 독립된 세계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책의 힘은 사랑을 “도덕적 상호성”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데 있다.
사랑은 감정의 열기가 아니라
타인의 불완전함을 견딜 수 있는 인간적 능력에 의해 유지된다.
성숙한 사랑이란 감정적 일치가 아니라
윤리적 존중의 지속이라는 사실을,
하루히코는 언어의 절제로 증명한다.

〈사랑이라는 세계〉는
문학을 통해 사유하고, 사유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독자에게
오래도록 남는 철학적 에세이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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