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깊이 문학동네 시인선 62
김선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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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시인은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고 고향에 고마워해야 한다.

시를 쓰기 위한 그 많고 많은 식량들을 이들이 주셨으니 말이다.

 

바다는 언제나 두 개의 얼굴이다.

낭만과 애한을, 그리고 풍요와 앗아감의 음흉함을 숨기고 있는 이중적인 얼굴을 말이다.

또한 그의 시집이 양지의 깊이가 아닌 그늘의 깊이인 것처럼이나.

 

그의 다섯 번째 시집

 

섬의 리비도 3 - 대바구

 

바다는 생명을 주고 또한 목숨을 앗아가고 그리고 외로운 고도의 청상과부.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은 망망대해 저 너머 외딴 섬에서

대바구, 그를 일컬어 어찌 성적인 나눔만을 이야기 하랴.

청상과부의 한은 뒤로 하고라도 질기디 질긴 목숨, 죽지 못해 어떻게든 살아야 했던 다들 힘에 부쳤던 그 시절.

본처까지 알고도 모르는 척 눈을 감아 주었으니 대바구에게 누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으랴?

그리고 부처님도 인정해 주셨을 것 같은 최고의 보시, 육보시를.

하여 과부는 세월을 이겨내고 섬을 지킬 수 있었고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섬에 살고 있다.

게다가 시인의 말처럼 내 자식들은 이 섬에서 더 오래된 미래를 살 것이다.

어떤 이는 이 기발한 발상을 도발적 언사의 시원함이라 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도 드러내지 못했던 이들에게 던지는 한방의 통쾌함이라 표현하고 싶다.

적어도 글을 쓴다는 것.

우리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서 무서움이다.

드러내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이들은 조선총독부 그늘 속에 비벼대던 친일주의자처럼 현대판 무용론주의자다.

 

시인이 진도 홍주를 마시다보면 몸속의 길이 훤히 보인다 했듯이 어허참 하며 한잔의 홍주와 함께 길이 보인 시를 계속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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