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 지음, 현현 엮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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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가에 살다 출가해 같이 살며 수행하는 두 스님의 일상과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아낸 이야기다. “보리심의 새싹”이라는 블로그에 올리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었다. 섬세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로 수필처럼 부드럽고 가볍기도 하면서 진지함이 깃들어있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죽기 싫어하고, 고통 받기 싫어하고, 행복하길 원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동등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p.50
배추벌레를 농약으로 죽일 수 없어 벌레용 배추와 무를 따로 기르신다는 스님들의 삶.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정말 이렇게 사시는 분들이 바로 이 책에 있다. 밤에 들어온 지네를 방 밖으로 쫓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접시에 포도를 담아 먹도록 놔두신 천진스님, 창문에 벌이 집을 지어 한겨울에도 토굴의 창문을 닫지 않으신 정봉스님..작은 것이라도 생명에 대한 따뜻하고 진심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자신들의 손톱마저 잘게 깎아서 개미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그 말에 진정한 나눔과 자비로만 채워진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허영에 찬 고통의 수행이 아니라 진정 삶에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수행을 지향하는 두 스님의 마음이 글로써 잘 나타난다.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불교의 철저한 자기 비움이 예전부터 늘 좋았다. 이 책에서는 몸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나를 비우고 무로 만든 상태에서 그곳에 자비를 채워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삶에만 집중하는 것이 수행자의 몫이라고 한다. 화려함과 허레허식을 멀리하고 나눔과 자비가 그 기본바탕이 되는 그 겸손한 소박함에 읽는 사람마저 주위가 정화된 기분이다. 두 스님의 토굴 곁에만 가도 맑은 기운이 전해질것 만 같다. 나도 그 기운으로 몸도 마음도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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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비치 - 꿈꾸던 삶이 이루어지는 곳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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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어보았다면 더욱 반가울 앤디 앤드루스의 신작이다. 오렌지비치는 우리의 사회가 투영된 작은 마을이다. 그 곳에서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은 ‘존스’라는 한 신비한 노인을 만나며 삶의 귀중한 지혜를 얻게 되는 내용이다. 폰더씨 이야기가 약간은 포괄적이었다면 이 책의 내용은 삶의 절망이 찾아온 구체적인 사례들로 폰더씨와 차별화를 두었다. 우리가 제대로 살기위해 알아야할 지혜들이 소설형식으로 풀어있다.

 흰 머리가 성성한 노인이지만 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여행 가방을 들고 희미한 미소를 짓는 신비의 노인 ‘존스’는 오렌지비치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삶까지 변화시킨다. 아주 작은 관점의 차이가 내 삶과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메시지가 가장 핵심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와도 조금만 비켜서서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반드시 희망의 길이 보인다는 메시지는 우리 삶에 매일 적용된다. 내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 지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코끼리 보다는 모기의 사소함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처럼 큰 그림만 생각하다가 작은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교훈이 나는 가장 인상 깊다. 우리는 미래의 우리모습을 큰 그림만 그리고 있으며, 그 큰 그림이야말로 작은 것들로 이루어짐을 종종 망각하고는 한다. 두 번째는, 의식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의식조차 하지 않는 사람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메시지가 있는 책을 읽고 나서도 생각만 할뿐 행동에 옮기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생각만 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변하려고 시도조차 안해 본 사람과 똑같은 것이다. 다른 자기계발서보다 상황에 따른 다른 가르침이 조목조목 풀어있어 나는 참 좋았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좌절한다. 너무나 쉽게 인생의 고비에 지고 마는 우리에게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고비를 이겨내는 법을 제시한다. 인생을 살면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끝내주는 게 아직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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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도 습관이다 - 서른, 당신에게 필요한 독설 연애학
이선배 지음 / 나무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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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연애를 할 때는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밀고 당기기란 남녀가 서로 재는 방법이 아닌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말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연애할 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현명한 밀고 당기기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나 역시 곧 서른이다. 오래된 솔로는 사랑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사랑을 포기한 채 자신만 갉아먹고 있는 사람들이다. 겸연쩍고 귀찮아서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거부해버리는 사람들이 아닐까. 사실 그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으며 나 역시 그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읽다보면 불편한 진실에 마주해 슬쩍 당혹해지기도 하는 동시에 설마 하며 남자들의 사고방식도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은 나 자신을 열린 마음으로 변화시켜 더 적극적으로 사람과 만남을 수용하길 권한다.

 신랄한 진실들은 궤변이 아닌 이 시대 싱글들에게 진정한 일침을 가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내려놓는 사랑보다는 이리저리 사람을 주며 나는 한 개주고 상대에게서는 두 개, 세 개를 받고 싶어 하는 이기심만 생겨난다. 철저하게 여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 책의 주요 핵심은 나는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비싸게 굴어라, 하지만 사람에 대한 매너는 지켜라, 마음을 열어놓아라 이 세 가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지금껏 얼마나 연애를 유아기적으로 했는지, 얼마나 여우도 곰도 아닌 어쩡쩡한 태도였는지 알 것 같다.

 왜 사랑을 함에 있어서 이런 지침서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마음을 온전히 주고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받으며 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랑을 잘 꾸려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점검하고, 두 사람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게 필수이다.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나 또한 싱글의 입장으로 나 자신을 더 열린 마음으로 두어 당당하게 사랑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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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 마음으로 천하를 품은 여인
제성욱 지음 / 영림카디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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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선덕여왕은 고사하고 삼국시대 역사에 대해서 사극같은 드라마를 통해 본 내용이나 조금 알고 있을뿐 사실 별로 아는게 없다. 이 책은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지만 그뿐만 아니라 당시 삼국의 정세나 중원의 패자인 당나라와의 관계까지 자세히 알 수 있어 마치 역사 공부를 다시 한 기분이다.

 선덕여왕 외에도 그와 얽힌 선덕여왕의 부군들, 천명공주, 김유신, 김춘추, 서동과 선화공주의 비화등 소설적인 부분이 가미되어 지나가버린 역사이지만 내 상상속에서 신라가 살아 움직이는것 같다. 덕만과 천명..그리고 용춘공의 비극적인 삼각관계, 그리고 어긋나는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알고있건 역사속의 내용들과 비교하며 읽게되어 그 재미를 더한다. 또한 덕만이 사랑에 눈뜬 여인에서 그 속에 사랑대신 백성을 품게되는 제왕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같은 여자로써 마음 아프면서도 괜히 뿌듯해진다.

 선덕여왕은 보위에 올라 여느 왕들처럼 왕권강화부터 다지기 보다는 더 우선적으로 고단한 백성들의 삶부터 보듬었다. 궁궐의 재산을 처분해 굶주리는 백성들부터 챙기는 대목에서 잘 나타난다. 진정 신라의 어머니가 되어가면서도 김유신과 김춘추 등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고, 또한 그 인재의 힘을 적절히 분배하며 등용해 그 능력을 발휘하도록 끌어내는 정치적 수완 또한 뛰어났다. 그리고 삼국을 통합해 더욱 강성한 나라를 세워 당나라에 맞서고 싶은 선덕여왕의 자주적인 정신이 잘 드러난다. 수나라에 이어 당나라에 조공을 바치며 도움을 받고있던 신라이지만 당나라에서 독립해 이 좁은 한반도에 얼마나 부강한 나라를 세우고 싶어하는 원대한 꿈을 품은 여인이다.

 동아시아 최초의 여왕으로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정치의 중심에 서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편견을 무참히 깨뜨리고 태평성대를 이뤄낸 강한 여인, 보위를 위해 사랑했던 용춘공을 포기해야 했던 여인으로서의 비극을 감춘해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당차게 국정을 운영하며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에 눈물 흘릴줄 아는 여인이다. 외세에는 대쪽같이 강하고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그 카리스마는 후손들에게 진정한 지도자상을 제시해준다. 현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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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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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농장주의 딸 마리아의 총40개의 짤막한 일기로 엮어낸 책이다.
오로지 가슴이 왜 나오지 않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부러울것 없는 백인소녀 마리아는 생일 선물로 흑인노예와 채찍을 선물로 받는다. 마리아의 일기에 종종 등장하는 흑인노예의 생활사는 담담한 문체와는 달리 실로 끔찍하다. 사람을 사고 팔던 시기, 노예를 같은 사람으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시기에 사는 마리아나 마리아의 부모, 주위 사람들은 그런것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으며, 오히려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이책은 등장인물은 모두 허구이지만 노예들에게 일어난 일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에서 작가가 직접 해들은 사실들이다.

맑고 순수한 한 소녀는 악의를 품어서가 아니라 정말 모르기에 흑인노예에 대하여 일말의 가책도 없이 받아들이며, 때로는 괴롭히기도 한다. 한 소녀의 성장소설 쯤으로만 생각했던 나는 마지막에 가서는 해피엔딩이겠지 하고 예상했지만 천연덕스러운 마리아의 태도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에 사는 우리도 실상은 마리아와 다르지 않다. 악의는 없지만 인종차별 문제에 관심도 없는 우리가 아닌가. 오늘날에도 뚜렷한 인종차별이 아니더라도 공공연히 사람을 사고파는 일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마리아처럼 정말 몰랐기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가책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자 노예를 성의 노리개쯤으로만 생각하는 마리아의 아버지와 노예들 앞에서는 잔인한 짓도 서슴치않는 마리아의 어머니와 그 친구들은 마리아에게도 자신들의 노예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물려주었다. 우리들도 마리아의 부모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후손들도 마리아처럼 전혀 가책없이 위선을 일삼으며 그때와는 다른방식으로 사람을 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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