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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는 것.. 어찌보면 참 부러운 삶이다.
부럽다고 느낀다는 건, 분명 내게있어 지금의 삶에 부족한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일게다.
부족하다는 것이 뭘까? 서른 중반을 넘어서며 느끼게 되는 부족함..
그것은 보통의 삶을 추구하며, 지금의 삶을 꾸려나가는
보통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부족함일 것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부모로써, 자녀로써.. 느끼며, 부딪치며 살아가는 현실의 삶에서
어찌보면 조금은 답답함을 느꼈을 법도 하고,
어찌보면 루즈한 일상에서의 뭔가 다른 것을 꿈꾸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앙덕리 강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삶을 돌아보며,
내게도 있었을 법한 일상에서의 소소한 딴짓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앙덕리 강작가님
나에겐 고향이 없다는 그 말이 어쩜.. 처음부터 그렇게 와 닿는 것인지..
나에게 고향은... 이제 어린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기억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이젠 고향같지가 않게 느껴진다. 고향을 떠나왔고,
이제 그곳엔 부모님도 안 계시고,
어린시절 아버지의 일로 옮겨다니다보니..
그럴만큼 마음을 주고, 정을 붙일 고향은 그리 존재하지 않았다.
강작가님의 고향이 없다는.. 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와 닿은 건..
내가 강작가님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뭐하나 연결된 고리같은 것도 존재하는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녀의 소소한 일상에서 뭔가를 찾아 내고 있는 나란 사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너 요즘, 지루하냐? 딴짓하고 싶은게..
우습다.. 일상 안에서 나도 딴짓을 늘 꿈꾸는 딴짓바라기라는 그 사실..
즉흥적이고, 소소하게 저지를 수 있는 것에서부터 나를 발견해왔다는 강작가님..
며칠전, 시부모님 핸드폰을 낡은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렸다.
친구분들은 다 스마트폰이라 늘 부러움만 달고 사시던 아버님과
늘상, 돈도 못버는데.. 그런거 해서 뭐하냐는 말씀을 달고 계시던.. 울 어머님..
그런 부모님께서 의외의 반응을 보이셨다.
너무나 좋아하고,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하여 만지작 만지작.. 조금 더 일찍 해드릴껄..
어찌보면.. 부모님의 일상에서도 작은 딴짓이 일어난 것이다.
책장을 넘기다 발견한 문구가 와 닿는다.
새로운 환경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리게 익혀지지만...
새로운 것에 애쓰는 것, 아무리 늙어가도 여행을 놓칠 수 없는 이유.. p.67
뭉클해진다. 새로운 것에 애쓰시는 삶이 중년의 나보단, 노년의 부모님의 삶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일상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좀 더 여유롭게..
그리고 나를 발견해가는 걸음이 되어지기 위해선,
일상안에서 나를 잊고 사는 것이 아닌, 나를 기억하고,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조금 더 멀리 가기 위해, 그리고 천천히 음미하며 가기 위해
나에겐 일상적인 것이 아닌 딴 짓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서른을 앞둔 스물 아홉에 난 아프리카에 갔었다. 그 때 내 고민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였는데..
빛처럼, 그리고 동앗줄처럼 내가 찾아왔던 아프리카행을...
자질도, 재능도, 능력도 안되는 내가 덜컥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일년의 삶을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우린, 어디든 떠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갈 수 있을 꺼라 생각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또 다시 경제적 여건과 이러저러한 걱정과 염려들로 다시 떠나진 못했다.
대신,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시부모님이 계신 해남으로 내려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시골을.. 고향을 만들어 주고 싶었으니까..
아마도 강작가님의 고향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울 꼬맹이에게도 고향이 도시의 산부인과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지금은 그 결정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삶에 익숙해지기 위해 나아가는 삶이 되도록
일상에 젖어드는 삶을 거부하도록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