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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고양이
박경리 지음, 원혜영 그림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돌아온 고양이> 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이 어린이를 위해 쓴 동화책이에요.
5학년 선주는 엄마, 할머니, 동생 민이와 같이 살아요.
선주의 아버지는 6.25 때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서울 어느 출판사에 돈을 벌러 가셨기에, 선주와 동생 민이는 외할머니와 같이
지내게 됩니다. 엄마를 무척이나 그리워하는 동생 민이 앞에서 선주는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습니다.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선주이지만, 그리움을 누르고 참고 참다 보니 마음속은 슬픔과 외로움으로 가득 찼어요.
하지만, 어느 바람 부는 날, 동생 민이는 뒷동산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그만 바위 위에 떨어져서 죽고 말아요. 이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일주일 동안 방 속에서 밥도 안 먹고
밤낮 울다가 서울로 가고 말았어요. 어머니와 동생을 그리워하는 선주가 안쓰러워서 할머니는 고양이 한 마리를 장에서 사 오시는데요. 선주는 기뻐하며 아기 고양이에게 '비비'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고양이를 정성스레 돌보아 줍니다.
한편 서울에
있는 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상심한 나머지 병이 나서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있어요. 선주에게는 비밀로 했지만, 선주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어요. 엄마도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영영
떠나버릴까 봐 무서운 선주는 엄마 곁에 가게 해달라고 고양이에게 소원을 빕니다.
아빠와
남동생을 잃고 아픈 엄마까지 잃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선주에게 고양이는 마음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날 고양이마저 없어져 버리고 선주는
그동안 참고,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실컷 울며 토해냅니다.
선주는 다시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고양이는 선주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었을까요?
전쟁을 겪으며 집도, 남편도 아들도 잃었지만,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또 일어나야 하고, 살아내야
하고, 딸을 위해 마지막 힘을 내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며 작가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돌아온 고양이」는 힘든 시간의 끝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선주에게 '다시 돌아온 희망'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현실은 회색빛이지만 고양이를 끌어안고 꿈을 꿀 때 선주의 세상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비극이 아닌 희망으로 끝맺는 동화책 속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나도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이 깃드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돌아온 고양이」를
읽으며 한국 전쟁 후의 상실과 결핍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선주의 마음에 공감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