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찬가 -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글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저자는 현대 우리나라 사회를 열대 우림 속의 정글,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침팬지로 지칭한다. 그러면서 우리 침팬지들이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지대에서 발견된 ‘파니스쿠스’ 라는 종명의 보노보가 되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왜 보노보가 되어야 하는 걸까? 승자독식, 무한경쟁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이라는 정글에서 우리는 침팬지들처럼 남성중심의 수직적 서열구조를 바탕으로 권력투쟁, 전쟁, 학살 등의 행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보노보는 암컷중심의 사회를 바탕으로 무리 내 병자나 약자들을 보살피고 끌어 안아주며 평등한 문화를 유지한다. 무리 간에 충돌이 생길 때 역시 권력, 경쟁, 투쟁으로 이어가지 않고 오히려 서로 애정표현을 하며 긴장을 풀어나간다. 따라서 저자는 정글같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침팬지로 남아있을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보노보 정신을 찾고 키워 ‘아름다운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점과 논란거리들을 ‘정글 자본주의시대, 진보의 길 찾기’, ‘형벌권의 과잉과 남용은 안 된다’, 그리고 ‘이 땅의 소수자를 위하여’라는 세 가지 큰 제목으로 나눠 각각의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책에는 이주노동자, 촛불 시위, 범죄자 인권, 인종 차별주의 등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이슈화되고 토론 되었던 소재들은 신문기사나 책의 문구를 인용하며 쓰여 있어 정치 사회에 문외한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의 주장과 자신의 의견을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미 타인의 인권과 생명권을 침해한 흉악범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돌본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도에 찬성하는데, 이 책은 ‘사형만은 안 된다’고 말한다. 국가는 시민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으며 이미 세계적으로도 사형제한을 권고하는 국제인권규범의 협약이 맺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사형제도의 가장 큰 허점인 ‘오판’을 또 다른 근거로 제시하며 오판을 줄일 수 있는 방법과 그것을 통한 사형제도의 완화를 주장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지닌 저자가 제시한 근거들을 읽고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문제해결방법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인종차별, 성적소수자, 양심에 따른 병역 기피자, 장애인, 아동, 청소년, 여성, 한센병 환자와 에이즈 환자 등 우리 사회의 곳곳에 있는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현실이 여러 기사와 사례를 중심으로 쓰여 있어 매우 사실적이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누구의 입장에서 그들을 비정상이라고 보는지,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정상적인지, 무조건 다수는 정상이고 소수는 비정상인지, 소수는 왜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 되는지 등 이 책이 다루는 소수자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재분배’를 통한 ‘평등’을 주장한다. 이 사회가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대변되는 시장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사회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측은지심과 이타적 유전자를 토대로 부족한 것과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며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해가는 즉, 보노보 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이 책은 용두사미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보노보 찬가 >라는 제목과 다르게 보노보는 ‘들어가기 전’이라는 서론에서 보노보의 습성과 함께 우리들이 보노보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서만 언급될 뿐이다. 전반적인 본문내용에서는 보노보에 대한 언급을 찾기가 힘들다. 단순히 책 제목과 그 서론을 통해서만 독자들이 보노보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찾기엔 그 뒷받침이 조금은 미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과 논란거리들을 장황하게 제시하기는 했으나 그에 대한 현재의 상황과 해결방안에 있어서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분석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저 전체적으로 훑기만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 역시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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