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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삶의 마지막이 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이런 의문이 들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읽으면서 나 역시도 단순한 마지막 강의라는 ‘책의 내용’으로써가 아닌 ‘내가 듣는 마지막 강의’로써 이 책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시한부 인생의 저자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읽고 있는 내내 저자가 주는 통쾌한 웃음과 은은한 감동을 통해서 오는 눈물을 맛보았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마지막이 저자와 같이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가져다주었다.
저자인 랜디 포시는 두 가지의 통보를 받게 된다. 하나는 강의 주제를 빨리 제출하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치료에 실패하여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제 곧 죽을 것이다’라는 것을 통보받았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하던 모든 일을 내려놓고 바로 짐을 쌀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통해서 마지막 여정을 나눌 것이다. 그러나 랜디 포시는 어김없이 강의를 선택한다. 강의 날짜가 하필 아내의 마지막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췌장암으로만 37,000명이 진단 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근심과 고통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암이 날 개성 있게 만들지 않아!”라고 단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아픔에 대한 고민이 아닌 강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고민 끝에 그 강의의 제목은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로 정한다.
랜디 포시의 강의를 들으러 온 청중들 중 여러 분류가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마지막 강의를 들으러 온 청중뿐만 아니라 췌장암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들의 걱정보다 더 여유롭게 강의를 시작하였다. 자신의 방(몸)안에 있는 ‘코끼리’라는 종양을 스크린에 보여주면서 곧 ‘죽을 사람’이라는 것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미 돌려진 카드의 패는 바꿀 수가 없으니 손에 쥐고 있는 카드로 승부를 걸어야 하겠지요...”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는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청중들은 그의 모습에 탄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글로 읽었지만 그의 강의를 듣는 듯이 생생하였다.
구체적인 꿈을 갖는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랜디 포시는 어렸을 때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세계백과사전]에 자기가 쓴 항목을 등재하고 싶었고, 디즈니의 이매지니어가 되고 싶었다. 어릴 적 꿈은 대부분 잊혀 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허무맹랑한 꿈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허무맹랑한 꿈을 이뤘다. 우주 비행사는 안 되었지만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세계백과사전]에 자기가 한번 기재한 것으로 만족하였다.(후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다.) 그리고 안식년에 디즈니의 이매지니어가 되는 자신의 꿈을 성취한다.
그는 또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루게 돕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연구팀에서 일하는 ‘토미 버넷’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스타워즈]라는 영화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꿈이었다. 그때 당시만하여도 [스타워즈]시리즈는 3부작으로 끝이 났고 더 이상 영화화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학생을 키워서 ILMIndustrial Light & Magic에 입사시킨다. ILM는 세 편의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를 만들고 토미는 세 편 모두를 작업하게 되었다. 토미는 자신의 꿈이 실현된 것은 자신의 교수님 덕분이라고 말한다. 랜디 포시는 자신의 학생들이 간직한 꿈에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왔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가진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강의를 하는 순간 토미는 그의 옆에서 함께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당신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전한다. 이것은 사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는지, 어떤 방법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말해준다. 책의 후반부인 이 부분은 이 세상 어느 교수도 줄 수 없는 최고의 가르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 저자는 꿈을 강조한다. 꿈을 크게 꾸고, 우리 스스로에게 꿈을 허락하길 원했다. 또한 아이들이나 사람들의 꿈에도 불을 지피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꿈을 가진 것과 꿈을 성취한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루게 돕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시한부 인생인 그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평하지 말 것을 말한다. 불평하는 데 쏟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문제 해결에 쏟아도 일이 수월하게 풀린다. 우리가 불평하는 데 쓰는 아주 약간의 시간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시한부 인생인 랜디 포시의 말은 읽는 나로 하여금 마음에 찔릴 정도로 가르침을 주었다.
“절대 포기하지마라.” 이 말은 랜디 포시가 강조하는 꿈에 대한 부가 설명일 것이다. 누구의 인생에나 몇 번의 절대적인 순간들이 있다. 대개는 일이 다 끝난 후에야 그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일들이 왔을 때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강의를 통해서 인생 속에 포기하지 않아서 일어난 비밀들을 드러낸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었던 만큼 그는 이 마지막 가르침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랐다. 그리고 책을 통해 그는 시간과 사람관계, 성공과 실패에 관한 조언을 전하고 인생의 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책을 덮고, 인터넷으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보았다. 책을 통해 전해준 유쾌함 그대로 그는 강의를 통해서 나에게 기쁨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랜디 포시는 자신의 꿈이 거창하고 위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워하였다. ‘더 큰 꿈을 꿨으면 더 큰 꿈을 이루었을 텐데...’라고 말이다. 나는 목사님 설교를 통해서 ‘새우잠을 자되 고래 꿈을 꾸어라’라는 말을 들었다. 꿈을 꾼다는 것 돈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고 고통이 필요한 힘든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도 생의 마지막이 왔을 때에 랜디 포시와 같이 후회할 지도 모른다. 더 큰 꿈을 꾸지 못했다고...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세상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위대한 꿈, 그런 꿈을 찾는 것이 아닐까...
나도 2년 전에 ‘암’ 환자로 수술을 받았다.(갑상선 암) 저자인 랜디 포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수술을 한 뒤에도 간혹 찾아오는 어려움, 남들을 모르는 힘든 부분들이 있다. 어쩌면 갑상선에 있는 암 덩어리는 떼었지만, 머릿속에는 두려움이라는 것이 박혔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랜디 포시는 슈퍼맨과 같은 현실 속 영웅이다. 비록 죽음을 초월하진 않았지만,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을 덮어두고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이제 나 역시도 랜디 포시와 같은 꿈을 꾼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 또 나와 같이 수술 뒤에도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해주고 싶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랜디 포시의 강의를 기억하면서 감사함으로 나의 꿈을 더 키워가며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