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제럴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64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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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빈집의 식품 저장고에서 커다란 치즈 덩어리를 발견한 생쥐 제럴딘

혼자서는 옮기지도, 먹어 치우지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치즈 덩어리를 친구들과 함께 은신처로 옮겨온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치즈를 나누어 주기 위해 이빨로 조각을 내던 중, 어렴풋한 형상을 발견한다. 꼬리로 피리 부는 듯한 생쥐의 모습이었다.

치즈 쥐에게서는 밤마다 꿈결 같은 선율이 흘러나왔고, 제럴딘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소리에 매혹된다. 한낮에도 온통 그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 정도로

시간이 지나고, 먹을 것이 바닥나 배고픈 생쥐들이 제럴딘을 찾아와 남은 치즈를 달라고 아우성친다. 이젠 그에게 치즈 쥐는 그냥 치즈가 아닌 ‘음악 그 자체' 가 되었는데, 이런 소중한 치즈 쥐를 어떻게 먹거리로 내어줄 수 있을까?

하지만 고민하던 제럴딘은 치즈 쥐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꼬리로 밤마다 들었던 멜로디를 연주해본다. 처음에는 서툴러 비웃음을 사지만 어느새 아름다운 가락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소리친다.
“이제 치즈를 먹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내 안에 음악이 있거든요”

제럴딘은 치즈를 친구들과 배불리 나누어 먹으며 흥겹게 연주하고, 친구들은 주린 배를 채우며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모두가 즐거워한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음악가 제럴딘>의 주인공 생쥐 제럴딘은 우연히 음악의 세계에 눈을 뜬다. 이제 그에게 삶은 배고픔에 굴복하고 버텨내기에 급급한 힘든 현실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더 높은 이상을 꿈꾸며 한 차원 높은 삶으로 자신을 이끌고 있었다.
작가는 그저 살아지기에 살아가는 그런 삶이 아닌, 더욱 풍요롭게 삶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제럴딘의 이야기는 예술에 대한 예찬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리오니는 제럴딘을 통해 예술가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그들은 각박한 현실 너머의 높은 이상을 꿈꾸며 사는 존재들이다. 그렇지만 그 높은 이상 너머에도 또다시 먹고 사는 생존의 현실은 여전히 있다.

때로는 일상에 스며들어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 주는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일상을 예술의 궁극적인 가치로서 바라본다.
삶과 동떨어진 예술은 공허할 뿐이며 일상과 함께 공존해야 더욱 가치가 빛난다는 것을 함께 치즈쥐를 뜯어먹으며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생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확신하게 되는 것이 있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는 것.
언어와 사회규범, 지식을 배우기 전에 예술적 본능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무언가를 두드리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다양한 색으로 낙서한다. 뭐든 재료 삼아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다섯 살 내 아이도 매일 무언가를 그리고 색칠한다. 어른인 내 눈엔 도통 알아보기 힘든 형상들을 보여주며 한참을 설명할 만큼 상상력과 나름의 세계관이 가득하다.

예술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던 그런 ‘무언가’를 끌어내는 과정일 테다. 제럴딘도 이미 수없이 듣고, 연습했던 멜로디가 이미 자신 안에 들어 있었음을 알았다.
누구나 타고나는 그런 예술적 본능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사라지고 없어진 듯 보일지 몰라도 우리 어른들에게도 어디엔가는 여전히 있을 테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

아이들이 세상의 많은 부분에 예술적 시선으로 남다른 호기심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 이런 제럴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 듯 하다.
어디선가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아닌 늘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 주던 평범한 치즈 덩어리가 어느 순간 피리 부는 생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처럼, 예술이 어렵고 먼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누구나 이미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잘 가꾸고 키워 나가며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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