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1
강경옥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다른 인간이 되어 보았으면 하는 소망, 아니 이룰수 없는 꿈같은 바램을 한번쯤 가져보게 될 것이다. 내가 아주 미인이 된다거나, 초능력을 가진다거나, 아니면 아주아주 부자가 된다거나.

내가 본 '별빛속에'는 인간이 가질수 있는 상상력, 미래와 우주에 대한 오랜동안의 꿈을 동원하여 하나의 장대한 서사극을 펼쳐놓았다. 평범한 한 인간이 지금까지의 생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하고 그것이 환영받는 일도 아닌 이제까지의 사랑했던 사람들을 자신때문에 잃어야 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희생해야 한다면 과연 그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첫번째 물음. 그것이 예정된 일이고 피할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너무나 유명한 만화이고 만화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학작품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그래서 여러분들이 지적했던 바와 같이 그림의 둔탁한 선같은 건 충분히 잊게 만드는 강격옥님의 깊이를 모를 글의 매력.

십년도 더 지났지만 책을 처음 보았을때의 감동은 정말 잊을수 없다. 무엇보다도 가슴아픈 건 시이라젠느와 카피온 행성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블랙홀로 간 레디온이 죽음의 순간을 맞아 시이라젠느에게 했던 말 '제발 더 이상 아파하지 마세요 그러면 제가 죽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사랑합니다...'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랬던 것 같다. 그걸 보면서 몇번이나 가슴이 쿵하고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보다 더 절실하게 사랑을 말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죽어가면서 레디온은 자신도 없이 혼자 남겨질 시라의 아픔과 안위를 걱정했다. 그보다 어떻게 더한 말로 행복을 염원할수 있을까?

사랑타령에 불과한 아이들의 만화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작품이다. 전편을 흐르는 강경옥님의 깊은 사색과 철학적인 의미가 담긴 말들. 운명에 순응해가면서도 때로는 저항과 울분을 드러내는 많은 사람들. 그러면서도 누구하나 고민하지 않는 이 없고 아픔이 없는 이 없는 어디에서나 같다고 말하는 인간의 삶. 스케일이 크고 환타지적인 요소가 많긴 하지만 주제는 결국 인간, 인간의 아픔, 사랑, 그러면서 성숙해지는 인간의 모습인것 같다. 성장기의 이들이 읽으면 인생을 깊이있게 볼수 있는 하나의 입문서같은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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