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 나만 알고 싶은 백수 김봉철 군이 웅크리고 써내려간 이상한 위로
김봉철 지음 / 웨일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상한 위로라는 말에 끌렸다. 위로 과잉의 시대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에는 수많은 위로들이 넘친다. 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이런 위로들을 보다보면 세상에는 이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나보다 하면서도 문득 의문이 든다. 괜찮다,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판단은 누가 할 수 있는거지? 어쩌면 위로는 나보다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에게 줄 수 있는 동정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상한 위로. 이러한 수많은 위로들 속에서 스스로를 30대 백수라고 칭하는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위로를 던져줄까? 하는 호기심에 서점에서 책을 들어 읽어보았다. 그리고 몇 페이지를 읽다 바로 이 책은 사서 집에가서 천천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구매했다.

웃고 울었다. 동정해야 하나? 공감해야 하나? 나와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30대 백수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내가 속으로 숨겨두고 싶었던 과거와 감정들을 낱낱이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위로해야 하나? 내가 이 사람에게 감히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는 정말 이상한 책이다. 단순히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살면서 내 안에 숨겨놓았던 감정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싶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숨겨두어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 사이에 정말로 숨길 수 밖에 없던 것은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어내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자신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 처럼, 나는 얼마나 나를 숨기고 살아야만 했던 걸까.

웃고 울었다. 위로일까 위안일까. 책 속의 화자에게 내가 건네고 싶은 것은 동정일까 따듯한 손길일까. 나는 문득 이런 생각들을 하다 글 속 봉철이에게 건네려던 말들은 결국 나에게 하고 싶던 위로들이 아닐까 싶다. 이상하다. 위로다. 정말이지 이상하기 짝이 없는 위로다. 하지만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가며 나는 마음 한 구석이 따듯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정말이지 이상하기 짝이 없는 위로다. 그리고 그 위로가 오늘 나는 너무나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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