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리부팅 안내서
루이스 다트넬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한번 읽고 재독하면서 저자 루이스 다트넬이 이 지식이라는 책을

저작한 목적을 계속 생각했다.


이 책은 과학의 입문서라고 볼 수 있는데 아주 특이한 구조로 쓰여진 책이라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리부팅 안내서 지식(이하 지식이라고 줄인다)은

사실 문명재건을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레퍼를 위한 책도 아니고 문명붕괴후 생존자나 그를 대비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책만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어떤것도 할 수 없다. 


물론 이렇게 도구나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 머리와 꼬리를 쉽게 제시한 책은

없었기 때문에 문명재건이 가능 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가능성의 여지가 있을뿐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려면

문외한으로서는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 실현 가능할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명이 붕괴되지 않더라도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지역

분쟁상황에서 써 먹을만한 기술을 살펴보면 왜 그런지 알 수가 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건 물이고 이 물을 구하는 방법은 여타의 재난대비 책자처럼

물을 가열해서 먹던가 아니면 유한락스 레귤러(지식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사용하는 5% 액상표백제로 다른 성분이 있으면 안된다고 함)로 살균하라고 

하는데 여기서 중요 한 건 몇 방울이라고 하는데 사실 몇 방울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물론 다른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할애하기 힘든 부분이 있음을 감안해도 이건

너무한 것이다. 저자는 그 몇 방울이 얼마인지 알고 있을것이고 직접 언급하기 힘들다면

과학자들의 특기인 인용이 있는데도 그 몇 방울이 얼마 인지를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


지식은 이런식으로 이뤄져있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히 있다. 맨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정말 문명붕괴의 재난시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후의 디테일이 빠진 책이라면 빠른 문명복구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건 분명히 의도된 내용이다. 비누 부분을 살펴보면 더 대단하다. 현대의 수제 비누

제작은 맨손으로 시작하는게 불가능하다. 한국의 수제 비누현황을 보자면 공산품을

사서 제작하는 일종의 조립의 형태다. 수제 비누를 만드는 누구도 잿가루를 물에

풀어서 그걸 다시 걸러 지방과 섞어서 만드는 사람이 없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걸 네트웍에 공개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한국 수제 비누 현황을 비난하자는게

아니다.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만들기 힘든데다 일반적으로 봤을때 형편없는 결과물이

나올게 뻔한데 맨손으로 만든 비누를 만들지 않는다고 불평 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접하기 힘든 정보를 공개하면서 그 비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독하면서 계속 그 의도를 생각한 것이다.


결론은 이 지식은 재난대비 정보서의 탈을 쓴 과학 입문서이고 좁게는 독자의 취미를

선택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고 넓게는 일반인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서

더 많은 후학을 과학의 품에 귀의 시키는 일종의 전도서다.


지식은 최후의 디테일이 궁금하면 독자 스스로 알아 보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건 수학계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이슈화 했던 것이나 밀레니엄 문제를 만들어서

일반인의 흥미를 유발했던 것과 유사하다.


지식은 현대의 과학이 일반인에게 점점 멀어지는걸 우려해서 만들어진 과학 입문서다.

문명재건은 그냥 포장지고 그 알맹이는 과학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과학계의 새침한

유혹인 것이다.


이 책을 돈내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독자층을 한번 살펴보면

일단 세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지식은 꽤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재난을 대비하는 프레퍼에게도 굉장히 좋다. 지식의 모든 내용을 몰라도 상관없고

재난대비를 위해서 할 일을 어느 선까지 할 것인지 알려주기 때문에 프레퍼는 한권쯤

가지고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는 필독서다. 물론 딱 지식만 읽고 거기서 끝나도 좋다. 하지만 이 책은

한번 읽고 치울 책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을때 종종 읽어주면 좋다고 본다.

사실 이 지식은 약간만 깊이 들어가도 한 사람은 평생을 투자해도 몇가지 분야의 취미에서

끝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다면 이런 책을 평상시에 읽고 왜 읽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은 이런류의 과학 입문서를 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지식은 최종적인 디테일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의 필독서라고 한 것이다. 그 디테일을

찾기 위해서 부모와 아이들은 어떤 과학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 할 여지가 있고

아이들이 지식에서 끝나지 않고 뭔가 더 깊이 들어가는 행위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궁금한것을 해결하는 행동을 촉구하는 책이 지식인 것이다. 스스로 과학적인 사실을

궁금해서 찾아보는 행동이 이 책의 저술된 근본적인 목적이다. 과학을 즐기라는 의미고

이건 일반적인 교육과정에서는 절대 얻기 힘든 교육적 효과다. 그래서 과학 입문서가 아니고

문명재건이라는 포장지를 쓰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지식은 아이들에게 과학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싶지만 그냥은 힘들어서

뭔가 흥미로운 포장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부모들은 여기에 주목해야 된다. 과학은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기반으로 하고 보통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비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피해를 줬는지를 체감해야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따라서 행동한다. 


보통 부모말 안 듣는 애들에게 말 해봤자 소용없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라면 

부모가 말 안해도 합리적으로 사고해서 행동하고 손해 보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할 것이다.


자신이 부모라면 이 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물론 부모 스스로 독서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되지만 뭐.... 돈 드는 것보다는 나은게 아닌가 싶다.


그외에도 여러가지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 줄여야 그나마 덜 지루하리라 생각하고 

딱 한마디만 더하고 줄이겠다.


젊을 수록 이 책을 여러번 읽어라. 이 책은 십년 이십년을 읽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책이고

반듯이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독자에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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