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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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바라 리에코의 만화책이 2011년 한국에 출간되었다.

당시 사이바라 리에코의 정식 한국어 판 출간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사건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집을 시작으로 한 권씩 천천히 소개되며, 작가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영화도 개봉 되는 등 한국에도 이제 꽤 알려지게 되었다.

 

그 중 우리집은 그야말로 대단한 에너지가 담겨있고,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로 한 만화책이다. 작가의 다른 만화책인 만화가 상경기’, ‘여자 이야기에서도 배경이나 내용이 그 특유의 밑바닥까지 가는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현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우리집은 절대 현실일 수 없는 느낌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점차 적응을 하며 사이바라 리에코가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에 현실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정말 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밑바닥까지 우리를 데려가서 만화 속 삶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까지 쏟게 만든다.

배경은 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시골마을. 사실 일본인지 어딘지 중요하지도 않다. 그저 밑바닥도 아닌 지하 수 십층은 내려간 듯한 어느 동네다. 이곳에는 사람을 해치는 사람도 몸을 파는 사람도 도둑질을 하는 사람도 그냥 일상처럼 살아가는 곳이다. 그들에게는 익숙하고 평범한 삶이다. 그런 동네에 사는 아버지가 각자 다른 남매 가노코, 잇타, 니타, 이 세 명과 나쁜 짓을 일삼고 가르쳐주기도 하는 형 고이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외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동네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말할 것도 없이 한없이 밑바닥 인생들이다.

하지만 이런 등장인물 옆에는 누군가가 있다. 어린 아이 니타에게는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누나 가노코가 있고, 절망적 현실에도 제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형 잇타가 있다. 고이치에게는 언제나 고이치 편이라는 누나가 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등장인물들의 집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불타버리거나, 무너져버린다. 그런데 그렇게 허망해하지도 않는다. ‘우리집이 아니라 등장인물 옆에 있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은 없어졌지만 가족과 함께 절망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도 나름의 행복으로 살아간다.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은 늘 우리 곁에 있다. 그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을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에 따라 각자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집의 등장인물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느끼며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기까지 한다.

작가는 이 만화책에서 니타의 누나, 가노코를 빌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일상 속에서 미처 느끼지 못 하고 있을 뿐, 사실은 넘쳐나고 있는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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