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이론을 위한 서설 - 50주년 기념 증보판
로버트 달 지음, 한상정 옮김 / 후마니타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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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서 다수는 넓은 의미에서는 거의 언제나 통치하고 있지만, 매디슨이 썼던 의미로 보면 거의 지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았듯이, 구체적인 정책은 "소수들의 지배"의 산물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매디슨이 그 당시에 염려했던 의미에서의 다수의 지배란 사실상 신화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네 번째 명제로 이어진다. 만약 다수의 지배가 사실상 신화라면, 다수의 전제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다수가 지배할 수 없다면, 그들은 전제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매디슨이 우려했던 신화적인 다수는 말할 것도 없이 어떤 다수건, 자신들의 의지를 어떤 혹은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소수에게 강요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들을 통해 전제적으로 행동할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아닌 것 같다. 그 대신 더 타당한 질문은, 성인 인구 혹은 투표자 다수의 수동적인 묵인 또는 무관심 속에서, 한 사회의 다양한 소수들이 서로의 야심을 어느 정도까지 좌절시킬 것인가이다.

어떤 소수들은 다른 소수들을 좌절시킬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전제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점은, 사람들 간의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사회, 즉, 인간사회에 고유한 것이다. 그러나 좌절이 인간사회에 고유한 것이라면, 독재는 그렇지 않다. - P202

따라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은 어떤 기본적인 정책 사안을 중심으로 단합한 거대한 다수파들의 위풍당당한 행진이 아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집단들을 꾸준히 달래는 과정이다. 이 소규모 집단들을 합치면 선거 때 수적 다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다수를 산술적인 의미 이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디슨이 알았다면 너무나도 기뻐했을 정도로, 이 수적 다수는 조율된 할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행동 수단을 지닌 이들은 오히려 이 수적 다수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분 집단들이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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