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 주의산만증ADHD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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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조카와 조카손자의 엄마로, 노모의 딸로, 알코올 중독 남동생의 헌신적인 누나로 고군분투하며 이겨내고 성장한 '어린 이'의 가족 일기이자 투병기, 극복기이다.

15년 동안의 날짜 없는 하루 하루들의 독자가 있는 일기 느낌이다. ADHD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루어질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표지에 있는 '주의산만증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라는 부제처럼, 세상의 모든 '어린 이'에게 하는 작가의 일침 내지 바라는 소망이리라.

나는 이은주 작가님의 이전 글을 접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때로는 아프고 인정 받지 못한 삶을 잘 견뎌 내고 계신 점에서 여리지만 강한 당신에게 '토닥토닥'해 주고 싶었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그녀에게 지워준 삶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을텐데 희생과 포기, 책임감, 무엇보다 사랑으로 그 시간을 아름답게 꽃 피웠다는 점이 경이롭게 여겨진다.

그녀는 일본문학번역가 외에도 에세이작가, 요양보호사, 학습지교사, 파출인력 아줌마, 면세점 판매원, 일일 식당종업원 등... 자신의 꿈 외에도 닥치는대로 여러 일들을 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나는 칠판에 인세 계약과 번역료 정산 내역을 보여준다.
"이것이 내가 작년 내가 번역으로 번 돈이다. 너희들이 졸업하면 받을 연봉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늘 투잡을 한다. 학습지 교사, 음식점 서빙, 지금은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 너희들 앞에 꿈을 이룬 어른이 한 사람 서 있다. 가난하지만 꿈을 이룬 어른. 만약 여러분 중에 번역가가 되고 싶거나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고 싶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아라. 가만히 있으면 기회는 오지 않으니까. 여기까지가 오늘 나의 수업이다.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P.32 - 이은주

어릴 적, 우리 모두는 원대한 꿈을 꾼다. 그 꿈을 잘 간직하고 키워 이루어 내고 생계를 넉넉히 꾸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상의 현실에 치여 그 꿈이 쪼그라들게 만들고 결국엔 대체하거나 버리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어찌 보면 나는 후자에 가까울 지도 모르지만, 이은주님은 어린 아이같은 순수함으로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으셨고, 그 꿈을 이루었고 여전히 가난해도 그 속에서 행복을 놓치지 않았다. 가난한 자 같으나 부유한 자인 것이다. 그렇게나 많은 직업의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조카들과 조카손자의 엄마 역할이나 딸, 누나의 역할을 버리지 않고 여유 있는 어른이 되었다.

책에 잠깐씩 곳곳에 소개 된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이 또한 하나의 질병이란다. 그저 성격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인식이 되면 조기치료를 할 수 있는데 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단다. 주의산만은 또 가족력이라고도 한다. 작가가 ADHD를 겪는 두 조카와 조카손자까지 병을 인정하고 적극적 치료와 극복의 노력을 하기까지의 기록도 담겨 있다. 다만, 작가는 세상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로 독단적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어린 이'이다. 겉으로 티 안나게 포장하려 해도, 모두가 제각각의 아픔과 상처를 품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나의 마음을 알아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세상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는 기분이 들 때' 어떻게 할까?의 답을 찾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어른이 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일 수도 있다.

그가 만난 일본 동화작가 구보타 씨와의 일화에서 구보타 씨가 들려준 이야기를 인용해 본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미덕이 있는데 사람들이 힘들다고 할 때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나중에 편지를 쓴대요. ' 이 화폐는 아주 오래된 것인데 짐 정리하다 발견해서 당신에게 드리는 겁니다.'라고. 내가 너에게 준다라고 하지 않고 드린다는 표현을 한다고."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p.199- 이은주

러시아 사람들의 미덕처럼, 이은주님의 눈물과 사랑이 담긴 에세이를 읽고 (묵묵히 듣고) 쓰는 편지라고 해두자. '당신으로 인해 저의 생각의 작은 부분이 바뀔 수 있겠노라'고 이야기해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삶으로 위로와 도전 받고 자신 속에 있는 '어린 이'를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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