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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귀신 세종대왕 ㅣ 책귀신 2
이상배 지음,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제목을 듣고서 처음에는 그저 책을 좋아하는 세종대왕의 전기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책 소개 내용을 보니 온달과 세종대왕이 두 주인공이라고 한다. 시대적 배경도 틀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사람이라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사뭇 궁금해졌다.
책을 받아보니 깔끔한 표지와 제본이 마음에 들었다. 겉표지가 두꺼운 하드보드지라 매우 튼튼해 보이고 세련된 표지 디자인은 친근감이 느껴지면서 빨리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제목글씨 크기를 달리해서 "책"과 "세종대왕" 두 단어를 강조한 것과 책을 꽂았을때 알아보기 편하도록 옆제목을 세로로 표기한 점도 마음에 든다. 요즘 디자인 측면에서 옆제목을 가로로 쓴 책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읽는 책 만큼은 찾기 쉽게 가로표기가 좋은 것 같다.
본문을 읽기전에 책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설명을 보면 막둥이 도(훗날 세종대왕)와 바보 온달(훗날 온달장군), 평강공주, 훗날 양녕대군이 되는 왕세자가 주요 인물들이다. 장차 왕이 될 왕세자였지만 똑똑하고 어진 성품을 지닌 막내동생에게 세자 자리를 양보한 양녕대군이 막둥이 도에게 한편의 일기책(평강공주가 쓴 일기)을 읽어보라 권하면서 막둥이 도와 바보온달, 평강공주의 만남이 시작된다.
평강일기를 통해 조선시대와 고구려시대를 넘나들며 바보 온달이 온달장군으로, 막둥이 도가 세종대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역사에 실존하던 인물들을 새로운 이야기로 엮어 내어 그들의 삶을 통해 아이들에게 책읽는 즐거움과 책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머리에도 말했듯이 이 동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작가의 상상으로 쓰여진 허구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야기가 진짜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름도 없는 천민 "야야"가 온달이라는 이름을 갖고 평강공주를 만나 글자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바보같기도 하지만 쥐가 책을 갉아 먹듯이 직접 책을 뜯어 먹기도 하고 책을 태워 재를 마시며까지 열심히 책을 읽는 모습에서 진정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무꾼 아들 온달이 어릴때부터 장군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은 마음은 바로 어머님에 대한 효성이었다.
글쓰기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는 것이며 쓰고 싶은 대로 적으면 된다는 평강공주 말에 자신의 일기를 적기 시작한 온달의 일기를 보면 평생동안 앞을 보지 못하고 홀로지내셨던 어머님에 대한 지극한 효성이 절절하게 나타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평원 유월 열나흘
어머니께서 눈꺼풀조차 움직이지 못하셨다.
평생 동안 한 번도 뜨지 못한 어머니의 눈을 핥아 주었다.
내 눈물이 어머니 눈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고구려의 책귀신 온달장군은 전투중에 용맹하게 싸우다 역사 속에 묻혔고, 책에 미쳐 책을 밥보다 더 좋아한 조선의 책귀신 세종대왕은 우리민족의 우리 글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
’책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데는 꼼꼼하게 정독하고, 이해가 안될 때에는 반복해서 읽으며,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 배운 지식을 옮겨 적는 독후활동을 하는 것’
책속에서 세종임금이 말하는 독서 방법이야 말로 바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꼭 일러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릴 때에 비해 지금은 너무나 풍요로운 책세상이 되었지만 TV, 컴퓨터, 게임 같은 책읽기를 방해하는 요소들 덕분에 요즘 아이들은 책읽는 즐거움을 찾기가 어렵다. 아이들만 탓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 또한 컴퓨터가 없을때는 매일 책을 한 장이라도 읽어야 잠을 잘 수 있었건만 지금은 책읽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이들에게 책읽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면 부모 먼저 TV, 인터넷을 멀리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으며 "살아서도 책귀신이었고, 죽어서도 책귀신이 된 임금은 무덤속에서도 책을 읽고있을 것이다" 라는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