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송, 그 이름을 접하게 된 건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의 강권에 의해서 였다.

 때는 2006년, 날짜까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날은 봄비가 추적 추적 많이도 내렸다. 친구는 교대다니며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교수님이 간송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 꼭 가보라고 했다며,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100년 내에는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를 대단한 작품들이 나온다는 말로 나를 이끌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전 정보는 그것 뿐이었다. 전시회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고, 반쯤은 억지로 끌려온데다, 비까지 내리는 날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줄은 줄어 들지를 몰랐다. 짜증은 날 때로 나있었고, 빨리 보고 돌아가고픈 생각만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랬던 내가 박물관 내로 들어가서 전시품들은 보는 내내, 자리를 떠날 줄을 몰랐다. 아니, 떠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발 디딜 곳도 없었고, 도무지 쾌적한 감상환경도 아니었지만 그랬다. 나에게는 충격, 충격 뿐이었고, 또 하나의 세상이 열렸다. 


 청자상감운학매병(국보 68호)의 고아한 빛깔과 아름다운 곡선, 혜원 신윤복의 빼어난 미인도 등 하나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안목도 없고, 지식도 없었지만 너무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여운은 굉장히 오래갔고 아직도 남아있다.

 사실, 그 전시회 가기 전까지는 우리 문화, 우리 문화가 최고야! 라는 생각은 하나의 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자랑스러워 해야한다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 자랑스러웠던 적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간송 미술관에서 느꼈던 감동과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내 마음 깊숙히 자리잡았고 집으로 돌아 가서 친구에게 추천받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인터넷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뭔가 우리 조상들이 남겼던 서화나 자기들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인연으로 이번엔 <간송 전형필>을 구입했다. 간송 미술관에서 보았던 문화재에만 관심을 가졌지, 전형필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으니깐.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1962)은 종로에 있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가진 양반집 자제로 태어났다. 집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24살에 그것들을 물려 받아 그것을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데에 사용했다. 그는 조선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화가, 문인들과 교류를 나눴고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문화재들이 해외(특히, 일본)에 유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힘을 쏟았고, 그것들을 지키는 방편으로 우리 나라 최초의 사설 박물관인 보화각(후에 간송미술관)을 개설했다.

 이 책을 읽기 전 '머리말'에서 의외의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이 완전한 논픽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엮은 부분이 생각외로 많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야기 형식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순수한(?)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었는데 낭패다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데 소설형식을 따고 있어 책장이 쉽사리 넘어 간데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 위창 오세창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내 눈앞에서 펼쳐 치는 듯 했고,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인지, 간송 선생님께서 청화백자철사진사국화문병(국보 제294호)을 일본인 야마나카를 제치고 경매를 통해 얻으셨을 때는 '아싸~'하면서 통쾌해 하기도 하고, 6.25전쟁때 서울이 점령당해 보화각에 소장되어 있는 유물이 걱정되어 근처에 숨어 동태를 살필 때는 안절부절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교적 선명하게 잘 인쇄된 사진들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간송선생님의 감동을 조금이라도 공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알면 알수록 간송 전형필 선생님, 보통 분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누가 험악한 일제강점기의 기류 속에, 훨씬 편한 삶을 택할 수 있음에도 마다하고 그 어려운 길을 택하겠는가? 그 시대의 많은 이들이 어려운 길을 마다 하고 쉬운길,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는가? 우리 문화의 힘을 알고, 또 그것을 믿고 우리 것을 남겨주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많은 일은 해온 전형필 선생님. 그 분이 안 계셨다면, 우리가 보고 접할 수 있는 지금의 많은 문화재가, <몽유도원도>처럼 사진으로만 접해야 했을 지도 모른다. 

 주말에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tv프로그램을 보았다. 그걸 보면서 일본에 비해 우리 나라는 옛것에 대한 애착도 적고 전통을 지켜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보았다. 이런 것도 어쩌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해 우리 것을 빼앗아 가고 파괴한 상처뒤에 남은 흉터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가 우리 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나가고자 하면 못 지킬 것도 없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권이 빨리 보고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치니 : 토스카 (한글 자막 및 한글 해설 포함)
유니버설뮤직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플라시도 도밍고의 '별은 빛나건만' 정말 최고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 박스 세트 1993-2002 (10disc) [알라딘 특가]
스펙트럼DVD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저렴한 가격에 멋진 보물을 획득해서 너무 좋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과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없이 낯선책들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생긴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