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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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그리고 <나는 다만 조금 느릴뿐이다>의 저자 강세형작가님의 세번째 에세이, <나를 의심한다>를 읽어보았다. 이번 에세이는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이나 생각들로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과의 에피스소드를 담아낸 글이 꽤 보였다. 누군가가 상상한 이야기, 들은 이야기처럼 픽션같은 글들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에세이지만 에세이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의 시각으로 그녀의 주변인들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나'의 성장과정인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내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과 자신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이 무섭다는 저자는 오늘도 의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른 넘어서는 물론, 마흔과 쉰을 넘어서까지 지금의 불안한 마음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울했다는 마음에 깊게 공감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느릴 뿐이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의심한다>까지. 지금까지 그녀의 책을 네 권이나 접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따듯한 침대 위에 누워서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면 마음이 정말 편하고 잔잔해짐을 느낀다. 평범한 일상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편해서 계속 읽어보고 싶은 중독성을 가졌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주변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혼자 느끼는 감정이나 혼자의 일상을 별것인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정말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





그래서 사람들은 의심을 한다. 소설책을 보면서도 진짜가 아닐까 의심하고, 에세이 책을 보면서도 거짓이 아닐까 의심한다. 그리고 그건 너무 당연한 일, 또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을 멈추는 순간, 나는 그런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p.15
어쩌면 세상엔 100% 나쁜 것, 100% 싫은 것, 100% 좋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그를 단단히 찍어 놓고 한쪽 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보지 않을 거야. 너의 장점 따윈 찾고 싶지 않아! 어쩌면 나는 내내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내 마음만 미워질 뿐인데 p.53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라... 가장이나 최고나 여전히 나는 선택은 어려운 사람이지만, 그런 게 정말로 있다면,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란 것이 정말로 있다면, 어쩌면 그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p.93 

 

어른이 된다는 건,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비밀과 거짓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에겐 각자의 다른 삶과 다른 사정이 생겼고, 그사이 우리에겐 각자의 비밀과 자격지심과 허세와 거짓말이 생겼다. 아무리 친한 관계라 해도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이 생겼다. 눈에 보이는 선명한 경계선이 아닌, 보일 듯 말 듯 어렴풋한 경계선 위에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우리는 종종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했다. p.133


 

 

그래서 나는 조금 더, 현재에 관대해지고 싶다. 과거의 나를 미화하고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내 삶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지 않기를. 그렇게 현재의 내 기쁨마저 내 스스로 망쳐 놓지 않기를. p.161


 나이를 먹는다, 시간이 흐른다, 추억이 쌓인다, 헤어짐이 어려워진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조금씩은 더, 능숙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딱 하나, 도리어 미숙해지는 것도 있었다. 헤어짐, 조금 더 어렸을 땐, 조금 더 헤어짐이 쉬웠던 것도 같다. 또 새것 사면 되는데 뭐. 또 새로운 사람 만나면 되는데 뭐. 그리고 나이를 먹었다. 시간이 흘렀다. 추억이 깊은 물건들이, 추억이 깊은 사람들이 쌓여 갔다. 시간의 누적은 그 어떤 새것으로도 이길 수가 없다. ‘이제는 결혼식은 안 가도, 문상은 꼭 가게 돼.“ 언젠가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 p.226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서로의 불행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가는 동물이라고. 자신의 삶에 눈곱만큼의 불만도 없는, 정말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 나는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힘들다.각자 다른 이유, 다른 크기의 불행을 우리는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털어놓는다.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불행을. 그리고 또 듣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들의 불행을. 너도 힘들구나. 우리 같이 힘내자. 서로를 위로하며, 걱정하며, 독려하며, 함께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다. p.255





나를, 의심한다

작가
강세형
출판
김영사
발매
20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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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_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아직 서툴고 여전히 불안한 어른들을 위한 강세형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

강세형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나를, 의심한다』. ‘일상’, ‘환상’, ‘음악’이라는 세 가지 각기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을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을 오가며 흥미롭게 풀어낸 새로운 형식의 책이다. ‘에세이’라고 부를 법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설’이냐 되묻고 싶을 정도로 픽션적 요소가 강한 이야기, 그리고 글과 음악이 어우러진 이야기까지. 작품에는 서로 교차해 써내려간 다양한 빛깔의 이야기들이 공존한다.

교복처럼 즐겨 입던 옷을 잃어버린 후 불현듯 깨달은 이별에 대한 생각, 어른이 되면 하지 않게 될 거라 생각했던 걱정들을 여전히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고민,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세상살이의 힘겨움, 미워도 쉽게 헤어질 수 없는 애증 같은 주위와의 관계 등 너무나 익숙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책은 강세형 작가 특유의 관찰력과 놀라운 상상력, 유려한 문장,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저자 소개_[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 : 강세형
저자 강세형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라디오 작가로 일했다. 활동한 프로그램으로 〈김동률의 뮤직아일랜드〉, 〈테이의 뮤직아일랜드〉, 〈이적의 텐텐클럽〉,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가 있다.


목차_[예스24 제공]

나를, 의심한다

1

청춘
음악을 읽다_ 오늘
잃어버린 내 야상
단 30분
겨울이 싫었다
젠장, 큰일이다
복숭아

2

내 생애 최고의 여행
외톨이
나는 당신에게 반하고 싶다
에스컬레이터
음악을 읽다_ 내 마음은
어른의 영화
저절로 그려지는 그림

3

아름답다
동시대 예술가
W 617
여전히 참, 너답다
음악을 읽다_ 그 노래
이사를 했다
정말, 정(正)말입니다

4

안녕, 똥차
애증의 관계
언제나 이렇듯, 어느 날 갑자기
석류
음악을 읽다_ 동행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는, 그 손을 잡아야 한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도움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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