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 세계 최고 명화 컬렉션을 만나다
노유니아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1. 마크 로스코 전에 다녀온 이후 미술과 미술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에 실린 그림 또한 마크 로스코의 작품 <시그램 벽화Seagram Murals> 이다. 한가람미술관 한편에 만들어진 로스코 채플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이런 공간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는데, 일본의 DIC 가와무라 기념미술관에서는 로스코의 방을 따로 만들어 두고 그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세잔, 모네, 르누아르, 로댕, 키스 해링을 비롯해 수많은 서양 화가들의 작품들이 일본에, 일본의 아름다운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일본 전역에 위치한 미술관이 5,000여 곳에 달한다고 하니 일본이 얼마나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본 시민들이 부러워지는 부분이다.
2. 일본인들은 인상파의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실제 모네와 고흐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던 1800년대에는 '자포니즘(Japonism)'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미술 양식과 일본풍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모네의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를 비롯해 고흐의 <탕기 아저씨의 초상>과 같은 작품을 보면 일본풍이 정말 잘 드러나 있다. 일본풍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르누아르 또한 <부채를 든 소녀>에서 소녀에 손에 들린 부채에 일본풍의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을 보면 그 당시 일본 미술이 서양 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일본 미술관에서는 수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빛과 아름다운 색채가 돋보이는 그들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언젠가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 꼭 폴라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오츠카 국제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수련의 복제화도 직접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다.
3. 일본의 미술관들은 회화 작품 뿐만 아니라 조각 작품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플라토미술관에서도 소장하고 있는 로댕의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을 비롯해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와 같은 많은 조각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미술관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바로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이다. 미술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숲 속, 즉 야외에서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조각 작품 뿐만 아니라 피카소의 작품을 모아 놓은 피카소 관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놓치기 아쉬운 미술관 중 한 곳인 것 같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조각 작품들도 설치되어 있어 가족 모두가 함께 여행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4.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술관은 20여 곳이다. 단순히 미술관의 역사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작품이 일본까지 오게 되었는지 소개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미술관의 탄생 배경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일화들로 가득 차 있다. 작품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글쓴이와 함께 일본 전역의 미술관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러 페이지에 실려 있는 미술관과 작품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아는 그림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 일본의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부러움이 책을 읽는 내내 반복된다. 또한 각 미술관 소개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미술관 주소와 관람 시간, 홈페이지와 휴관일까지 정리해 주어 실제 일본 여행을 떠날 때에 책을 가지고 가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5.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읽고 나면 무언가 배우게 되는 책도 있고, 즐거움을 주는 책도 있고, 책꽂이에 꽂아두고 계속해서 보고 싶은 책도 있다. 이 책은 읽는 동안 그리고 읽고 난 후에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서양 미술 기행이라는 제목처럼 일본 미술관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엔 일본과 서양 미술이라는 주제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렇게 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일본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당장이라도 일본으로 미술관 기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분들께도 소개하고 싶고, 미술 작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가볍지만 즐겁게 미술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