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서재
마츠모토 미치히로 지음, 이재화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전 세계에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미국의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40대에 흑인이며 눈에 띄는 경력 또한 없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미국을 넘어서 아시아에서도 상상 이상이었다. 서점에는 오바마와 관련된 책이 넘쳐났다.  그런 열기가 조금은 지난듯한 지금 <오바마의 서재>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에 의해 쓰여져 작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올해 우리나라에 출판된 것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책 내용이 오바마의 서재를 채운 책들을 소개하고 오바마가 책에서 받은 영향등을 다루었을 것 같지만 정작 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바마의 서재>는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오바마의 연설 일부 5개씩과 해설, 오바마가 읽은 책 또는 영화등이 3편, 저자인 마쓰모토의 분석이 실려있다. 24권의 책이 소개되어지고 옆에 저자의 짧은 생각이 담겨져 있을 뿐이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연설이다. 서점에 있는 수 많은 오바마의 연설에 대한 책보다는 얇팍하고 깊이가 없으면서 <오바마의 서재>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책들을 집어 넣은 것 같다. 어떻게 보든 이 책은 출판사의 기획상품이다. 그래서 구성을 만들어 놓고 글을 넣다보니 한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서 갑자기 엉뚱한 내용들이 들어가기도 하며 책이 모자랐는지 영화와 잡지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바마의 서재>가 전혀 흥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바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과 인종,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미국이 종교적인 나라라고 별로 생각치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미국의 종교국가인 것만 같다. 정치적 발언에도 종교적인 색이 입혀져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근데 재밌는 건 오바마의 종교에 대한 저자의 의심이다.

 



 오바마의 정식 종교는 물론 기독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언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사고방식이나 사상은 확실히 이슬람에 가깝다. 백인과 기독교의 나라 미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당당하게 코란을 손에 드는 행동은 할 수 없다. 혹 오바마는 이슬람이라는 본래 피부 위에 기독교라는 하얀 옷을 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바마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이 되었다. 과연 그는 몸에 두른 하얀 옷을 벗어버리고 이슬람적인 자신을 완전히 드러낼 생각이 있을까?



 

 이슬람교도의 자식의 율법상 이슬람 종교를 가진다. 그렇게 되면 오바마는 당연히 이슬람신자가 된다. 하지만 앵글로색슨 기독교인이어야 하는 미국 대통령에서 이미 앵글로색슨이 아닌 오바마가 종교까지 기독교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관점도 있다.

 




 미국이 로마의 운명처럼 될 것이라고 단언한 것은 사적인 의견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인 것은 아니다. <Barack H Ovame: the Unauthorized Biography>에도 나와 같은 생각이 담긴 부분이 있어서 마치 그와 내가 뜻을 모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 웹스터 씨는 세계사적으로, 문명이 멸망하기 직전에는 소수에게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한다. 자유스러운 사고가 극에 달하고 다양성을 밀미로 소수의 요구를 지나치게 수용하면 제국의 힘음 멸하고 만다는 것이다. 과거 오스만투르크는 그리스인, 베네치아인, 아르메니아인 등을 행정 요직에 고루 등용한 결과로 제국이 약해졌다고 한다. 오스만투르크에서 유대인을 받아들인 대영 제국도 마찬가지로 점점 약해졌다. 소수자들에 대한 우대는 민주화, 아니 문명화에는 손실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문장은 매우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정말 역사적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역사가 반복되어지는 것이라면...... 심지어 오바마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라틴계열의 대법관을 임명하였다. 그녀의 출신이나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성장 과정을 '공감'하기 때문에 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오바마는 연설의 천재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천상의 존재와 같은' 연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천상을 품고 있기 때문에 취하는 것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 이건 정말 너무 지나치다. 과장이 심하다. 그리고 굉장히 극단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오바마가 좋다는 것인가 아니라는 것인가. 똑똑하지만 꼭두각시가 될 수도 있는 오바마가 좋다는 것인가 별로라는 것인가. 어쩌면 연설은 뛰어나며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는 위험하고.... 이렇게 여러방면으로 나름의 생각을 나열하므로써 통일성 없는 산만함이 엿보이지만 억지로 끼어 맞추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다 책에 적어버린 느낌이다. 관티나모 수용소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이미 오랜시간이 지났다. 이런식의 말뿐이 것이 많다. 오죽하면<오바마의 속임수>라는 책까지 나왔겠는가. 그래도 부시보다는 낫겠지. 새로운 싸움을 만들지는 않으니까. 단지 그는 이미 타협의 길에 들어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오바마가 아프리카를 그리워하고, 대통령의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고 계속 말한다. 그의 마음에는 지금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픈 마음이 있다고 말이다. 물론 수십권의 책과 기사들을 보면서 오바마를 연구했겠지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세상이치인데 왜 이리 단정적이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걸까? 그것도 그가 직접 이야기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을 말이다. 정말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그러는 걸까... 그건 오바마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일 것같다. 그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가 현실에 타협하고 이상적 사회를 위한 걸음보다는 적당히 그곳에 머물려고 할까봐서......

 

 <오바마의 서재>에서 저자는 독자에게는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한다.  '땅(원점)의 성질을 성장하는 것은 'S'로 시작하는 단어이다'라고 쓰고 오바마가 연설에서 사용하는 S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런식으로 L과 G등 많은 알파벳들이 등장하고 의미가 부여된다. 긴장을 고조시키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the United Stetes of America'가 등장하며 'U'음의 여운으로 끝을 맺는다. 'U'음은 사람들의 마음에 '쑥하고 들어오는 음령이다. <-- 이런 문장도 막 쓴다. 연설에 대한 조예가 없는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연설은 시와 같은 것인가.

 저자는  연설에 대한 단 한 페이지의 해설도 채우지 못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산만하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기도 한다. 대충 'L'과 'R'은 일본인이 어려워하는 발음이다. 'R'은 혀를 위턱에 붙이지 않고 발음하기 때문에 혀끝이 둥글둥글하게 반복한다고 외워두면 좋을 것이다. <-- 이런 문장을 집어 넣는 행위가 종종있다. 번역가로 활동하는 그의 이런 강의식 내용이 해설이 부족한 부분의 아래 페이지를 메꾸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소년 시절 나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데쓰카 오사무의 만화를 모두 모으고...."라고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에세이집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오바마의 책과 영화를 소개하면서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들도 있지만 이미 그가 결말을 친절하게 다 이야기해줘서 그 책들의 결말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다.

 학문에는 그것을 길러내는 토양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철학은 일본과 같이 습한 기후에서는 길러지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한다. 이 무슨 괘변인가. '어려운 학문이다'도 아니고 '이라고 한다'고 한 것보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한 이야기겠지만... 조금 어이가 없어진다. 검색을 해도 누가 처음 이런말은 한지 모르겠다. 습한 기후에서는 문헌 보관이 어려워서 철학이 지속되고 발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기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것은 알지만 이런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오늘날 미국에서 보수, 자유 할 것 없이 그(니부어)의 사상에 영향을 받지 않은 정치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모든 정치가들이 영향을 받은 무언가가 있다니 부럽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과연 무엇에 영향을 받았을까? 그럴 만한 것이 있다고 해도 모든 정치인의 아우를 수 있을까? 라고 한숨짓다보니 미국도 모든 정치가가 그런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시부시부시...  

 



  빌리 홀리데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Strange Fruit>. 나무 한 그루에 이상한 모양의 과일이 달려 있다. 뭔가 싶어 가까이 가 보니 그것은 백인에게 폭행당하고 살해되어 나무에 매달린 흑인이었다. 당시 미국 남부에서 자행된 인종 차별의 섬뜩함을 노래한 충격적인 가사다.



 



   "백인 노동자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흑인들은 인종 카드를 사용하면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으로 그늘의 힘을 교묘하게 이용한 웨더맨. 그는 마치 마키아벨리같다. 그 지혜는 결코 얕볼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파시즘이 도움이 된다면 파시즘으로 가자"고 말한다. 이것은 오바마가 좋아하는 실용주의다. (중략) 오바마는 자신의 기분에 정직한 실용주의적 연기파다. 배후 세력들에겐 다루기 쉬운 인간형이다.



 




   일본인은 분위기에 약하다. 분위기란 군중의 것이며, 생각이 없다. 그래서 일본은 파시즘에 선동당하기 쉽다. 논리라고 부르는 제동 장치가 없는 민족은 위험하다. 나라 전체가 극우, 극좌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분위기로 움직이는 나라는 일본만이 아니다. 미국도 분위기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면 좁은 범위의 행복만 손에 넣을 뿐이다. 가치 있는 것에 전력하는 자세가 세상을 바꾼다.




 




    "시인이란 아름다운 것을 이야기하는 자이며, 거기에는 종교도, 철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 에머슨



 



 


 

  소개되어진 책과 영화, 음악...

 

간디 자서전, 맬컴 엑스 자서전, 자기 신뢰, 괴물들이 사는 나라, 리어 왕, 바다를 가르다 ; 킹의 시대의 미국, 백경(모비딕), 황금 노트북, 링컨의 연설과 저술, 권력의 조건, 흔들리는 세계의 축,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법정의 아이들, 오셀로, 맥베스, 길리어드, 구약 성서, 철학과 문학,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햄릿, 보이지 않는 인간, 솔로몬의 노래, 네덜란드, 데렉 월콧 시선집, 영화 - 대부, 영화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노래 - I'm a fool to want you, 더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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