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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바이러스 H2C
이승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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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홈플러스/창조바이러스 vs 감원/ssm/지역상가초토화 = MB가 좋아할만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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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북 - 서은영과 장윤주의 스타일리시한 이야기
서은영.장윤주 지음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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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하늘거리는 원피스와 꽉 졸라맨 허리띠, 원피스 옷감과 같은 머리띠, 학생이 신기에는 약간 아슬아슬한듯한 구두를 고집하는 동급생이 있었다. 긴 머리는 항상 풀고 있으며, 간혹 묶더라도 엄청나게 높게 묶은 포니테일을 고집하며 거의 바지는 입지 않았다. 허리가 특히 날씬했는데 그 허리를 더욱 졸라맨 굵은 허리띠 때문에 더욱 날씬해 보였고, 옷이 불편해서 그런지 자세는 항상 꼿꼿했다.

그 애를 두고 수근수근 말이 많았다. 엄청 튀니까 그랬을 거다. 그 중에는 야 진짜 키도 작은데 저런 걸 입는다느니, 엄마가 술집을 하는데 그 집에서 일하는 언니 옷을 입고 온다느니 하는 당사자가 들었으면 굉장히 상처받았을 법한 말도 있었다.(아마 그 애는 그 얘기를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굳이 그 말에 한 마디 더 보태는 쪽은 아니었지만, 저렇게 꼭 입고 와야 할까? 혼자 갸웃하기는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그 아이가 그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자신만의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하기야 다른 아이가 입으면 이상해보일 그 화려한 옷차림이, 그 아이가 입었을 땐 뭐 쟤는 원래 그렇게 입잖아, 하고 용인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옷차림으로 말하자면 중학교 때에는 치마(주로 투피스)를 어쩔 수 없이 즐겨 입었으나(얻어온 옷이 주로 그런 옷이었다) 고등학교 내내 단 한 번도 치마를 입은 적이 없고, 대학생일 땐 평소에는 남자처럼 입고 다니다나 가끔 아주 얌전한 원피스나 투피스에 블라우스까지 차려 입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오늘 뭔 일 있어?"라는 얘기를 듣는 정도였다.

내가 치마를 거의 입지 않게 되고, 입더라도 꼭 무릎 밑으로 오는 치마만 고르고, 통 치마보다는 허리를 강조하는 형태를 선호한 것도 나름의 내 스타일(다리도 길지 않고 그나마 굵은)을 고려해서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착한' 몸매의 친구들이 참 예뻐 보였다.

나는 장소와 시간과 목적에 맞는 옷차림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는 사람이지만 실천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실천을 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발이 커서 하이힐이 무지 불편하고, 이상하게 정장이 잘 어울리지도 않으며, 정장에 맞는 화장도 잘 하지 못한다는 능력의 문제가 크다.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청바지는 절대 안 되고, 꼭 정장 차림이어야 하는 분위기를 나는 이렇게 깼다. 사장님, 저도 정장 차림으로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장을 입고는 이 일을 잘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스크랩이니 뭐니 몸을 재바르게 움직여야 할 일이 많잖아요. 사장님은 일 잘하지만 정장 안 입는 사람과 일은 못하지만 정장 입는 사람 중 누구를 원하시나요? 필요에 따라 외부 손님을 만날 땐 정장을 하겠습니다. 덕분에 사장에게 팍 찍혀버렸지만 여직원들이 슬금슬금 청바지를 입게 되었다.)

그렇지만 스타일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참 상쾌하다. 그나마 나의 장점이라면 예쁜 사람, 스타일 좋은 사람을 별로 질투하지 않고 선선히 인정하며 나도 좋아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의 스타일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어머, 관심 없으실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그렇다. 나는 스타일이 별로이고, 주야장천 청바지 아니면 면바지를 고수하고 블라우스를 언제 입었는지 깜깜할 정도이지만 메리 제인 구두가 뭔지도 알고, 마놀로 블라닉도 알고, 화장품 브랜드 어떤 것은 어떻고 저떤 것은 저떻다는 건 빠싹하게 아는, 머리만 가득찬 사람인 것이다.

내 엉덩이가 조금만 위로 붙었더라면, 내 팔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내 허벅지가 조금만 더 가늘었더라면, 내 종아리에 알만 없더라면.. 나도 이런 걸 입을 텐데.. 하는 아이템이 많지만... 그게 뭐 한탄스럽지는 않다. 울 엄마는 늘 네가 이 정도 얼굴로라도 자란 걸 천행으로 알라고 하신다.(그만큼 어릴 때 못났다는 뜻이다)

책 리뷰를 쓴다고 해 놓고... 정말 쓸데 없는 말이 길었지만...

이 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실천 매뉴얼이라기보다는 그저 스타일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책 정도이다. 코스모폴리탄이니 뭐니 하는 잡지를 볼 때마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야, 하며 패션 용어를 모른다면 곳곳이 지뢰겠지만, 기본 개념을 알고 있다면 오호, 그렇군.. 하고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스타일에 대해 말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스타일리스트이든 연예인이든 누구든지 간에 "명품을 두른다고 스타일이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아야지요."라는 금과옥조를 던지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뭐가 어울리는 모른다는 것과, 명품 아닌 보세 중에서 어울리는 것을 찾으려면 서점에서 좋은 책을 찾는 것 이상으로, 영어 단어 외우는 것 이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여기에도 통용된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그래서 내 스타일은 어떤 것이 좋을까 얻지 못해도 실천의 의지를 얻지 못해도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고, 이 책의 함정이라면 스타일로 절대 커버되지 않는 내 얼굴과 내 몸매의 결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점점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읽으면 좋은 사람 :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와 그녀의 옷, 그녀의 구두에 반한 사람(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얻을 수도 있다) / 여성지에 등장하는 온갖 어려운 패션 용어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적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 명품 쇼핑 중독이 아닌가 걱정되는 사람(명품으로 다 치장하지 않고도 스타일을 살리는 재테크 비법을 배울 수도 있다) / 나는 옷을 좀 입는 편이지만.. 뭔가 조금 부족해 하는 사람(차근차근 이 책을 보고 연습해보라. 확 튀게 될 것이다) / 나의 이 멋진 몸매를 알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축복받은 당신이여! 뭔들 못 소화하겠는가)

읽으면 투덜거릴 사람 : 최근 일 년간 옷 한 벌 안 산 사람(사정이 있겠지만 돈이 없거나 관심 없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 뉴요커, 압구정동 스타일, 파리 스타일.. 뭐 이런 단어에 두드러기 있는 사람(아무래도 이 필자들의 스타일이 소박하다고는 할 수 없다) / 옷을 조금만 튀게 입은 사람만 봐도 어지러운 사람(필자들이 스타일리스트와 모델이다 보니 상당히 모험을 많이 한다) / 옷을 살 때 별 고민없이 마네킹에 코디된대로 사는 사람(이 책에서 그걸 매우 경멸하는데.. 나는 마네킹에 코디된 것이 그래도 가장 잘 매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 / 먹고 죽을 돈도 없어! 지금 상당히 궁한 사람(갑자기 적개심이 일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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