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책마을로 가는 열린어린이 독서교실 : 초등 1 책마을로 가는 열린어린이 독서교실 1
김원숙 외 지음 / 열린어린이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가는 우리 아이랑 같이 책 읽으면서 도움을 받고 싶어 찾아보던 중에 만났어요. 서전에서 펼쳐보고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좋다했는데,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독후활동하니 더 좋네요! 추천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장바구니담기



작년 가을 즈음이었다. 창밖에는 누가 봐도 가을 하늘이구나, 싶을 정도로 파랗고 높은 하늘이 놓여 있었다. 거기에 따듯한 햇살까지 더해져 집에 가만히 있기에는 아쉬운 시간이었다. 주말이라 어딜 가도 붐빌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런 날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 같아 무작정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도 잠시, 이런 날이라면 어릴 적 미술관에 가서 느긋하게 노닥노닥 거리다가 오면 좋을 것 같아 그곳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걷는 길, 이리 좋은 날씨에 주말이니 사람들이 집에 있을 리가 없었다. 삼삼오오 가족들, 커플들, 친구들까지, 거기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순간 오기가 발동했다. 까짓것 이렇게 혼자 온 거,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곳으로 쏘옥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껴봤던 설렘과 두려움을 다시 한 번 느껴도 좋을 것 같아 방향을 틀었다. 미술관 옆 동물원, 그래, 내 발걸음은 그 동물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 타보고 오랜만에 몸을 실은 꼬마 기차, 나도 조금은 설렌 맘을 안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오죽 신 났으랴.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아이들과 벌써부터 조금은 지쳐 보이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 그 건너편으로는 귓속말을 주고받는 커플들이 있었고, 박장대소하며 웃어 제끼는 친구들이 모습도 보였다. 그 안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도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만 그들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 아주 잠시, 궁금하기는 했다. 동물원에 도착했다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나는 기차에서 내렸다. 사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무서워했던 나는 동물원에 오는 것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이 날이 나의 두 번째 방문이었을까. 그래도 이왕 온 것이니 여러 동물들을 모두 다 만나주리라는 야무진 다짐을 하고 동물원 지도를 하나 챙겨 본격적인 탐방에 나섰다.

내가 처음 만난 동물은 기린이었다. 때마침 구경하는 사람들이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 우르르 몰려 있었다. 나는 잠시 스치듯 동물들을 마주치며, 동물원 안을 헤매듯 시간을 보냈다. 꽤 많은 동물들이 있었다. 내가 평소 알고 있던 동물의 범주를 뛰어넘는 실로 어마어마한 종류의 동물들이었다. 울타리 밖 사람들은 반갑다며 손을 흔들고, ‘이쪽을 봐! 저쪽을 봐!’하며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그 순간 울타리 안 동물들의 찰나를 보았다. 무언가 힘이 쭉 빠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어쩐지 안쓰러웠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그때는 그냥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과 동심이 없는 내 눈에만 그렇게 비춰지는가 보다 했다.

며칠 전, 서점에 갔다. 가만 보니 이 날도 파란 하늘이 돋보이는 가을이었다. 집에 가만 앉아 있다가 좀이 쑤셔 서점이라도 가자, 하는 마음에 나선 길이었다. 새로 나온 소설은 뭐가 있나 몇 권을 뒤적뒤적 거리다가 조금씩 글자에 지쳐 갈 때쯤, 어린이 그림책이 있는 코너로 향했다. 서점에서 오래도록 놀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글자책과 그림책을 번갈아가며 보기. 좋은 그림책들이 얼핏얼핏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몇 권 사려했으니 그림책도 챙겨가야겠다 생각하며 한 권 한 권 펼치며 보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서로를 보다>였다. 사슴 혹은 영양 같이 생긴 동물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제목을 ‘서로를 보다’라, 호기심이 일었다. 표지에 있는 동물이랑 대체 누가 보고 있다는 것인지, 그거나 알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 동물원에서 내가 느꼈던 그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얼굴이 붉어졌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나도 크게 보면 아주 자유로운 동물이었을 뿐인데, 그걸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동물원에서 마주쳤던 그 동물들을 떠오르면서, 지금 어딘가에서 또 그렇게 사람에게 이용당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을 동물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많이 미안했다.

그날 내가 울타리 안의 동물들을 보면서 느꼈던 그 감정은 동심이 사라져서 혹은 순수함을 잃어서 일었던 게 아니었다.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어떤 특별한 행동을 취할 수는 없지만, 울타리 안에서 무언의 눈빛으로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자신들이 살던 터전에서 강제로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슬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분노, 환호하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에 대한 야속함, 동물들의 이런 감정들이 울타리 안에 가득 차 있었나 보다. 어쩌면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극히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유희를 위해서라면 그깟 동물 몇 마리쯤은 울타리 안에 가둬 두어도 된다는 건 분명 잘못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왜냐면 그들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침묵했기 때문이다. 너른 초원을 빨리 달리는 치타가 자그마한 공간에서 갇혀 있어야 하는 기분을 그 누가 알까, 빽빽한 나무숲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긴팔원숭이가 온종일
철창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기분을 그 누가 알까. 그렇게 우리는 그들의 본능을 인위적인 힘으로 짓밟고 누르고 있었다. 분명 잘못하고 있음에도 그 누구 하나 말이 없었다. 잘못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우리의 잘못을 아는 동물들이나, 말을 할 수 없음은 동일했다.

<서로를 보다>, 긴 여운이 남는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고, 앞으로도 해결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지수이다. 오늘도 동물들은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보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한 쪽은 웃고 떠들며 환호하고 있고, 다른 한 쪽으로 슬퍼하고 분노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사람들은 분명 깨달아야 할 것이다. 동물들을 동물원 우리 안에 가둬 버리는 것으로는 결코 진짜 동물들의 모습을 우리 안에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가두고 있다. 우리 안에 그들을. 언젠가 그들을 진정으로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