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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명상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기에 류시화님의 글은 잘 읽은 편이다. 그의 번역에, 투박한 질감의 종이, 내게는 너무도 강렬한 제목 '조화로운 삶 ', 스쳐지나갈수 없는 어떤 힘에 끌린 듯 책을 들었다. 조화로운 삶이후 조화로운 삶의 지속, 스코트니어링 평전, 그대로 갈것인가 되돌아 갈것인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니어리의 소박한 밥상 등을 읽었고 조화로운 삶을 읽을 때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같이 읽었다.
니어링 부부의 버몬트 산골 생활 20년을 그린 글이다. 자급자족적인 생활속에 노동과 공부, 명상, 지역민 그리고 주위환경과의 조화를 꿈꾸며 실험했다. 자급자족! 말만 들어도 설레인다. 현대인들은 불안하다. 원인은 많겠지만 무능력이 그 중 하나다. 자기가 하는 일외엔 할 줄 아는게 없다. 오로지 공부만 하고 살아서 망치질도 못하고 심지어 자전거도 잘 못탄다. 그런 내가 곡괭이질 하고 해머로 돌 부수고 지렛대로 돌 굴리고 울타리 만들고 그런 신나는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아마도 그 발단은 니어링의 노동에 대한 흠모일 것이다. 공보의가 되니 마니 할때 병으로 군입대 할 수 있었던 것도 총들고 삽들고 땀 흘리는 것에 대한 흠모였다.
먹고사는 것만 해결하면 더 이상의 돈을 벌지 않는다는 그들의 생각이 지금 한의원을 하면서도 한의원운영에 연연하지 않고 -잘은 안되지만- 오로지 진료만 생각하려고 노력할 수있는 기본이 되었다. 돌아보면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와서 한의원을 하게 된것도 이 책의 영향이다. 대학시절 읽고 또 읽었던 책, 현실 속에 의자로서 경제인으로서 갈등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 했었다. 그 답으로 마음속에 니어링의 삶을 모델로 삼고 지낸다.
니어링부부는 손수 돌을 나르고 쌓아 집을 지었다. 아직도 흙집을 손수 지을수 있다는 주위 아무도 믿지않는 꿈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은, 오십넘어서 칠십넘을 때 까지 일하는 노동의 생명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조화로운 삶의 지속에서 보았지만 구십넘어서 까지 계속 일을 했다. 한번도 농사도 해본적 없는 부부가 유기농법으로 땅과 조화를 도모하는 모습에 반드시 귀농을 하고 싶었다. 유기농으로 자급자족할 조그마한 밭과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의 노동, 일과중의 진료 등을 꿈꾸며 일도 잠시 접고 귀농학교에도 문을 두드려 보았다. 아침 일찍 밭의 흙을 고무신 신고 밟으며 흙냄새를 느낄 때 니어링의 땀을 기억했다.
부부는 노동을 즐기면서도 노동에 얽매이지 않았다. 일한 후 네 시간은 자유롭게 쉬고, 취미 생활을 즐겼으며, 주말과 겨울에는 예술활동과 여행 강연등을 하면서 버몬트 이전의 삶과 일관성을 유지했다. 니어링은 버몬트 전에도 후에도 조화로운 삶을 추구 했었다.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이다." 그의 삶은 희망과 노력의 삶이고 버몬트는 그 노력의 실험장이었다.
" 당신이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이 모든 일을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부부는 "틀림없이 거의 그대로 살아갈 겁니다." 라고 하였다. 물론 버몬트에서 삶에 실패한 일도 많고 특히 지역공동체와의 소통은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항상 모든 이에게 그들의 공간을 열어 놓았고 대화와 소통을 중시했다. 버몬트나 후일 메인주의 다른 곳에서도 열린 공간으로서의 그들의 삶의 장을 유지했다. 어설프게 구경한 정도지만 귀농학교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숱한 실험과 시도가 있음을 알았다. 니어링부부의 조화로운 삶과 공동체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면이 있기에 한의사로서의 삶은 내 성격을 보조하는 좋은 정업이다. 타인과의 소통은 항상 가장 어렵다. 소통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니어링부부에게 보듯 열린 마음이다. 이것은 의자의 기본이기도 하다.
니어링을 만난후 農醫一體를 꿈꿔왔다. 나중에 보니 일본에 농의일체를 내세운 분도 실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엇다. 역시 세상엔 고수가 많다. 니어링부부의 건강법은 자연의학의 대표적 예이다. 스스로의 치유력을 높이는 것, 결국 일본의 고오다 미쓰오 박사를 존경하게 된 것도 그 시작은 니어링이다.
그들의 버몬트에서의 세가지 목표, 첫번째는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 둘째는 삶의 토대를 지킬 수 있는 건강지키기, 셋째는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 그들의 목표를 기준으로 할 때 의자로서 자본에 종속되어 환자를 돈으로 보지 않게 위해선 소식과 절제, 절약을 기본으로 하는 적어도 먹을 거리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 나와 주위 모든 이들의 치유력을 높이는 의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내가 사는 공간과 시간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 등이 지금 맘속으로 그리는 목표이다. 아직은 꿈이지만 조금씩 실천하려고 노력 중!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속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왕이면 각자의 모습에서 조화로운 삶이 되기 위한 실험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