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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이 전반적으로 부담이 없다. 우선 스몰토크에 가까운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저자의 아내 이야기 등 주변이야기를 통해 읽는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한마디로 딱 처음 책을 펴고 읽는 10분의 견디기 힘든 허들을 낮춘 느낌이다. 이제 그 후에는 점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 등의 사회생활 이야기로 확장 해나간다.
이제 후반부에는 앞서 말한 회사 생활 관련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하면 초년생에게 가르치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런 아랫사람만의 처세술만 이야기뿐만 아니라 윗사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균형 있게 담겨있다.
그 중 한 가지를 가져와 보면
첫째, 날씨나 건강 얘기 등 상투적인 말로 시작한다. '저러실 줄 알았으면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 하면서도 나는 또다시 잔뜩 힘이 들어간 첫마디를 준비하곤 했다. 무언가 그럴싸한 말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첫마디부터 무겁고 느끼하게 시작하는 게 과연 맞는지. 인상적인 말을 하려고 달려들면 왠지 부자연스럽다.
둘째, 첫마디를 길게 하지 않는다. 첫마디가 장황하면 모두연설이 된다. 상대에 대한 결례다. 첫마디는 가볍게 치고 들어가는 정도여야 한다.
셋째, 의도를 갖고 말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잡담 수준이다. 처음부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는 것은 허심탄회한 대화에 걸림돌이 된다. 상대의 옷차림이나 만나는 장소의 분위기 등 별 의미 없고 가벼운 얘기로 말문을 열면 된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걸 잘 못한다. 그분들은 평범하게 말해도 비범하게 들리지만, 내가 그러면 자칫 성의 없고 실없어 보인다. 그래서 나름의 첫마디를 고안했다. 보통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말문을 연다.
하나는 상대에 대한 칭찬이다. 이건 실패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칭찬거리는 어떻게든 찾아진다. 건강해 보인다는 말부터 어쩌면 그렇게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느냐는 말까지, 칭찬은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분을 만날 때는 인물 정보를 검색해보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나의 근황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고, 상대의 요즘 상황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어 무난한 첫마디가 된다.
이도저도 아니면, 뉴스 얘기로 시작한다. 정치 뉴스보다는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뉴스가 적절하다.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상위에 올라 있는 뉴스를 검색해보면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다.
어떤 내용으로 시작하든 첫마디에서 점수를 내거나 장타를 치려고 해선 안 된다. 어깨에 힘을 빼고 번트를 대듯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