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07 우주에서 온 소년 박스세트 - 전3권 ㅣ 한국만화걸작선
김삼 지음 / 씨엔씨레볼루션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한국만화의 역사는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이미 한국만화 100주년을 2009년에 맞이하였으며 당시에 다양한 행사와 다큐멘터리등도 제작이 된 바 있죠. 이런 한국만화 100년역사의 절반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필자는 과거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 세대들이 즐겨읽었던 만화들은 무엇일까 항상 궁금해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과거 만화작품들을 읽어볼수 있는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구입할수 있는 방법도 없으며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구할수도 없습니다. 그만큼 한국만화들을 대중들이 쉽게 접할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죠. 무엇이든 때가 있다고 하죠. 이말이 한국만화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워낙 만화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 한국만화판에서는 이 때를 놓치면 단 3~4년이 지나도 책을 구하기가 하늘에 있는 별따기보다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죠.
그러나 몇해전부터 다양한 출판사에서 과거 한국만화들을 새롭게 복간하여 출판하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복간된 과거작품들만해도 벌써 수십가지. 한국만화의 역사와 재미를 느껴보고 싶었던 필자에게는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소 가격적인면에서 부담은 있지만 현재 원고가 남아있지도 않은 수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할수 있겠죠?
최근 구입한 한국만화들은 대부분이 1960~70년대의 만화들입니다. 현재 "만화규장각"에서 다양한 한국만화들을 재복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뽑아 "한국만화걸작선" 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하려 합니다. 자, 그 첫작품으로 "007 우주에서 온 소년". 시작합니다.
▶ 만화가 김삼 선생님의 약력
동시대에 살아왔던 사람이 아닌 필자의 경우에는 "007 우주에서 온 소년"을 통해서 만화가 "김삼" 선생님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단행본 표지에 나와있는 작가설명란을 위주로 만화가 "김삼"선생님의 약력을 소개합니다.
본명은 이정래. 1941년 황해도 출생.
1962년 만화 데뷔후, "소년 007 시리즈"를 <소년동아일보>에 1965년 11월부터 1980년 9월까지 15년 넘게 4500여회에 걸쳐 연재했다. 소년007 시리즈는 <소년007 지저세계> <소년007 로봇작전> <소년007 원자탄작전> <소년007 4차원작전> 등으로 20여편에 이른다. 이 시기에 동물만화 <검둥이 강가딘>을 발표했는데, 사람보다 더 똑똑한 강아지라는 독특한 설정과 캐릭터상품으로 곧바로 내놔도 손색없을 빼어난 형상화로 어린이팬은 물론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그의 작품세계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어린이 명랑만화로 <칠삭동이>가 있고, 옛날 동화를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사랑방 이야기>, 이순신장군의 전기를 그린 <바다의 왕자> 등 형식이 다양하다. 1980년 말부터 성인만화 작업에도 적극 나서, <대물-현재 드라마 대물의 원작과는 별개의 작품> <이창>등 명랑만화체의 그림에 성에 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었다.
1960년대 부터 활동하신 "김삼선생님"은 필자가 태어나기 훨씬전부터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재미있는 만화를 읽을수 있도록 해준 분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만화의 십수년전작품을 지금에 와서 만날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과 기쁨이 아닐수 없죠. 필자의 부족한 글솜씨와 식견으로 한국만화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이런작품을 소개한다는 것이 다소 부끄럽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래는 이책이 복간이 될즈음에 만화가 <김삼>선생님께서 복간기념으로 작성한 <작가의 말>입니다.
소년 007은 1965년 10월부터 <소년동아일보>에 15년간 장기연재된 나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입니다. 이 작품은 실질적으로 저의 데뷔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소년 007이라는 캐릭터는 의외의 상황에서 탄생됐습니다.
어느날 친구들이 바둑을 두는 것을 한참을 보다 보니, 바둑알의 까맣고 하얀색의 조화가 인상 깊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주인공이 그려졌습니다. 하얀모자에 까만 양복과 까만 넥타이를 한 캐릭터. 소년 007은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때 우리 나라는 볼펜도 없어서 잉크에 펜을 찍어 사무를 보던 시절이었습니다만, 소년 007은 세계를 누비고 헬기와 최신무기, 잠수함을 타고 다니며 대활극을 벌이며 독자를 만났습니다.
이제 그 독자들은 40대중반에서 50대가 되었으니 참으로 까마득한 옛날로 여겨왔는데 얼마 전 당시 초등학생이던 한 대학교수가 사석에서 이런만을 했습니다.
"세계적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007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옛날 소년 007이 연상된다. 김연아의 소녀(?) 007연기가 일푼이어서 소년 007의 부활 같다."고 말해서 회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클로버 문고로 나왔던 소년 007을 복간하게 되어 독자와 더불어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2010년 2월 김삼
▶ 새롭게 복간된 "소년 007 우주에서 온 소년"
이번에 "만화규장각"에서 복간한 "007 우주에서 온 소년"이라는 "김삼"선생님의 작품은 그가 그리신 많은 "007시리즈"중에서 어느 한 타이틀의 작품을 편집하여 발간한 것입니다. 워낙 오랫동안 <소년동아일보>에서 <007시리즈>를 연재하였기 때문에 그 많은은작품들을 한번에 모두 책으로 펴낼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타이틀의 작품만 복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의 더 많은 작품들이 복간예정에 있으니 기대를 해 보아야 겠습니다.
<만화규장각>에서 이번에 새롭게 복간한 <007 우주에서 온소년> 세트입니다. 총 세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수있죠. 두꺼운 종이의 책꽂이겸 커버와 함께 세권의 만화책이 포함되어 판매되고 있는 <007 우주에서 온소년>은 검은색과 은색으로 표현된 겉표지와 함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깁니다.
처음 책을 접했을때의 느낌은 <복고풍>이었습니다. 확실히 지금도 쉽게 읽을수 있는 만화책들과는 겉표지부터 틀리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수 있습니다. 과연 40여년이 지난 만화책을 내 스스로 얼마만큼 재미있게 읽을수 있을까 기대도 되었던 반면 단순히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그쳤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죠. 하지만 세권으로 이야기가 끝맺음이 되는 <007 우주에서 온 소년>속으로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책을 읽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기대이상이었으며 걱정또한 기우였을 뿐이라는 것이죠.
▶ 소년007 우주에서 온 소년의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
<007>이라는 캐릭터는 영국의 유명한 추리작가인 <이안 플레밍>이 창조하였는데 실제 영국인들에게는 최고의 자부심이나 다름없는 전세계적 히트캐릭터 문화상품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007> 캐릭터를 1960년대 당시의 한국청소년들에게 조금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재창조된 인물이 이작품속에 등장하는 <소년 007>입니다. 만화책속에서도 그의 본명은 단 한번도 언급이 되지 않지만 가족들, 주위동료들, 심지어 우주인들도 그를 <소년 007>이라 부릅니다. 그런 <소년 007>이 펼치는 모험활극은 특별한 놀이거리가 없었고 부잣집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가난한 생활을 지속하던 우리 아버지대의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초기에는 둥글둥글한 학구파캐릭터였던 <소년 007>이지만 새로운 <소년007>의 다른 타이틀작품들로 진행이 되면서 서서히 근육질의 강인한 캐릭터로 변형이 되었다고 한다.
상상속이나 소문으로만 듣던 <우주선, 타임머신, 헬기, 잠수함, 전자총, 신화속 괴물, 핵폭탄, 로보트>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만화를 통해서 느낄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꿈이나 다름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이 만화를 통해 얼마나 드넓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지는 쉽게 추측할수 있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아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디테일한 상황설정과 스토리는 <이런 작품이 진짜 1960년대에 존재했던 만화책인가?>라는 의구심과 놀라움을 느끼게 해주는데 어떤의미로는 현재 그려지고 있는 만화책들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가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어린이들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데 가장 적합한 예술가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다양한 최첨단과학 무기들과 기술로 중무장한 <소년007>은 우주인들과의 싸움속에서도 절대 떳떳한과 자신감을 굽히지 않는 캐릭터로서 묘사된다. 한마디로 과학의 힘을 빌리고 있기는 하지만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최고 히어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 소년 007 우주에서 온 소년의 멋진 캐릭터 <소년 007>
이 만화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소년007>은 한마디로 완벽한 캐릭터입니다. 지구에 사는 인간이지만 우주인들도 벌벌떨게 만드는 무술실력과 작전능력은 각종무술 종합 10단, 아이큐 180이라는 무리한 설정(?)도 진짜인것 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지금이야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들이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지만 1960년대 당시에는 검열과 감시속에서 정도에서 벗어난 작품을 그린 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위험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가들은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일종의 교훈이 될만한 내용의 작품과 캐릭터를 창조해낼수 밖에 없었을 것인데 <소년007>이야 말로 당시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좋아할법한 캐릭터입니다.
머리좋고, 무술실력 뛰어나며, 불의를 보면 못참고, 남을 쉽게 도와주는 여린 마음에, 우주인마저도 동료로 만들어버리는 포용력, 리더십, 멋진 동료들, 최첨단 무기들, 그 어떤 것 하나도 청소년들의 로망을 채워주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더욱이 그가 보여주는 정의로운 모습과 용기있는 행동들은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죠. 한마디로 제가 어렸을때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고나 해야 할까요.
어떤상황속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통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소년007>은 청소년들에게 최고로 멋진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그의 용기와 정의감은 어느정도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효과도 있었으리라 생각이 되는데 2000년대 현재도 이러한 캐릭터들이 식상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창조되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대가 변해도 이러한 캐릭터들은 절대 없어질수 없는 인물들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 빠른전개와 흥미로운 SF
다른 <소년 007>시리즈는 접하지 못했지만 다른 작품들속에서 보여주는 <소년007>의 모습은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지금 소개하고 있는 <007 우주에서 온소년>은 한 행성의 여왕이 지구에 불시착하여 두명의 아이를 낳는것으로 시작이 됩니다. 이 두명의 우주인아이와 <소년007>이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이 되는데 그 이야기의 진행속도가 엄청납니다. 근래 읽은 만화책들중에서 가장 빠른 전개속도와 몰입감을 보여주는데 나름 만화책을 많이 읽었다는 필자또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정도로 다양한 인물들과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알에서 태어나게 되는 우주인 아이.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의 탄생설화를 모티브하고 있는 장면이라 생각되지 않습니까? 이외에도 다양한 설화와 전설속의 이야기들을 만화가 <김삼선생님>은 <소년007 우주에서 온 소년>에 삽입합니다. 명랑만화와는 방향과 노선이 약간 다른 SF만화의 지평을 서서히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007 우주에서 온소년>은 <소년007>이 대부분의 시간을 우주공간에서 펼치는 <SF만화>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시대의 만화들이 대부분 명랑만화뿐일 것이라 생각했던 필자를 반성하게 만들어주는 대목으로서 <SF만화>의 기본이라 할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지금과 비교할때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설정이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컨텐츠들을 통해서 다양한 SF설정들에 익숙한 현시대 사람들에게도 이 작품이 1960년대의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무척 놀라운 일이 될수가 있다는 것이죠.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만 살아가는 거대생명체의 놀라운 괴력. 친절할 정도로 다양한 <SF만화>로서의 기본적인 설정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1960년대 만화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말이다.
▶ 엄마아빠 어렸을때 소년007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앞으로도 많은 <한국만화걸작>들이 복간이 된다고 합니다. 필자또한 어렸을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던 독자로서 어느순간부터 <우리 부모님들이 어렸을때는 어떤 만화들이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 사실입니다. 100%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줄수는 없겠지만 이런식을 통해서 일부분의 과거작품들을 만날수 있다는 것은 필자에게 굉장히 의미있고 소중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어렸을때 이런 만화책을 읽으면서 꿈과 상상력을 키워 왔단다.> 하면서 동화책을 읽어주듯 함께 읽어보거나 <우리의 부모님들은 어떤 만화책을 읽었을까?> 라는 호기심이 있는 분들은 이 만화를 서점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