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된 고전
하루오 시라네 엮음, 왕숙영 옮김 / 소명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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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중고등학교다닐 때, 참 궁금했던게 있었다. 교과서의 한국문학사부분이나 고전부분에 나오는 우리의 옛 시가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표현방법의 덜 세련됨(!)과 통속성이 사실 현재 우리가 듣고 있는 대중가요와 비교해볼 때, 사실 더 나아보이지는 않았다. 확실히 그 함축적인 표현과 시어의 다의성 때문에 여러번 읽어보아도 알 듯 말듯한 현대시들에 비해 한번에 대강의 뜻이 파악되는 왠만한 고전시가들이(물론 고어해석의 기술적 측면은 별개다.)특별히 지금의 대중가요들보다'예술적'이나'고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어떤 것은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그것을 '연구'하고, '논문'을 쓰며, 제도권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정상적인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알게'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대충 대학교2학년때 까지 계속 이어져 갔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뭐 그걸 모른다고 특별히 불편한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도 몰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해법이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전혀 별개로 공부하던 근대국민국가와 민족주의문제를 통해서 그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근대국민국가가 성립되면서 중요하게 작용한 '국어'라는 문제와 기원과 계승을 통해 근대 민족을 정당화하고, 자명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이른바 '민족문화'. 전통문화'가 나오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틀에 맞추어 포섭과 배제를 통해, 동일성의 문화적 장(場)을 생성하게 된 것이다. 결국 한 국가의 국사, 국문학사 등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재구성되고, 재배치된 것이다. 결국 고전은 근대국민국가 성립이전의 것인가, 아닌가, 또 그것이 근대국민국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판가름나게 된 것이다. 이상이 거칠게 나마 정리한 생각이었다.(글로 풀어쓰니까 엄청 산만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이 보편화되고 객관화되어 더욱이 학부생의 엉성하기 짝이 설명이 아닌, 정교한 이론적 설명틀에 의해 설명되어 질 때,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참고하셔야 할 것이 이 책에서는 일본고전문학을 통해 고전의 정전화 과정과 근대국민국가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따라서 일본고전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어야 된다. 물론 그걸 모른다고 해도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책을 재미있게 읽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일본고전문학에 대한 일천한 지식 때문에 애를 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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