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2
리플리 엔터테인먼트 지음 / 보누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는 일어나는 모든 것입니다. 모든 것 속에는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일들과, 좀체 접하기 어려운 일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인 일들, 도저히 사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상을 독특하게 만드는 사건성을 지닌 일들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들보다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일 것입니다. 우리의 상상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들을 경험의 토대로만 삼기 쉽습니다. 그래서 그 테두리 밖을 벗어나는 일들은 사실 실재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먼이야기 속의 아무래도 좋은 일들, 믿거나 말거나 관계없는 일들이 되고 맙니다. 특히 이러한 독특한 사건들이 일상생활의 지루함 속에 섞여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들자면 이렇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로마 함대가 시라쿠사 시를 공격해오자 거대한 거울과 태양빛을 이용해 배들을 불태워 버렸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교과서에서 읽을때는 그랬겠거니 하고 관습적으로 받아들이고 맙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굉장히 놀랍고 독특한 사건입니다. 태양빛을 이용해 배들을 불태우는 고대의 군사라니요.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일화입니다. 떼놓고 보면 놀라운 일이지만, 이 서술이 교과서 속에 있을 때 흥미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지루한 역사이야기 속에 끼어있어 그 일성성에 이 사건이 오염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리플리의 책 믿거나 말거나 Season2는 이런 일상성 속에 함몰된 독특하고 특이한 이야기들을 모아모아 구해내기라도 하려는 듯한 의지로 한자리에 모아놓았습니다. 이 책에 써있는 단편적인 사실 사실들은 모두 하나하나 황당하기도 하고 믿기 어려운,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입니다만, 모아놓고 하나하나를 음미하면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영국의 뱃멀미를 하는 해군제독이나, 기분이 나빠 시베리아 행군을 명하는 차르의 이야기, 55년 동안 투수로 뛴 야구선수의 이야기 등, 짧지만 음미해보면 재미있는 일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세상은 사실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속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는 얼씬도 하지 못합니다. 평범한 일처럼 보였던 것들이 새로운 색깔과 의미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 단편적으로만 모아놓았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 책에 실린 하나하나의 사실들은 그저 단편적 사실에 그치지 않고 더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될 수 있는 씨앗이라 생각합니다. 리플리는 단지 이 사실들이 상상의 한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기만을 바랬는지, 어떠한 논평도 확장된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는 언제 어떤 사람이 어떤 어떤 굉장한 일을 했다는 이야기만 백과사전처럼 모아놓았습니다. 그래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서사적 구조와 의미를 띄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는 독자들은 첫장을 펼치자마자 실망할 것입니다. 책이라기 보다는, 사전적인 물건입니다.

 

책의 분량이 적지 않습니다. 짧으면 1문장, 길면 3문장 정도로 이루어진 단편적인 사실들을 나열하는 책의 형식인지라 실로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무언가 창조적인 사고를 해야 할 때 머릿속에 벽처럼 버티고 서 있는 상상력의 한계를 깨부수는 자극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골똘히 읽는 책이라기 보다는, 필요할때 머리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책-기계로서 유용하게 사용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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