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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후회하지 않아
옥성호 지음 / 담장 / 2019년 10월
평점 :
소설 ‘아무도 후회하지 않아’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가난한 집안의 목사, 동성애자 , 공부 잘하고 돈도 많지만 못생긴 여자, 사기꾼 목사 등이 개별적으로 등장하여 스토리가 전개되다가 이들이 서로 만나면서 얽히고 설킨다. 앞에서 열거한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도 익히 있을법한 사람들이다. 아니 종종 봐왔던 류의 인간들이다. 인물들 캐릭터가 생생하다. 마치 실제현장기록 르포르타주를 보는 것만 같다. 왜 그럴까? 옥한흠 목사님의 아들인 작가 옥성호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 출신의 목사는 신앙심 좋은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을 하지만 섹스 무기력증세를 보이고 남자를 사랑한 동성애자는 자살을 기도하지만 가까스로 살아난다. 그리고 사기꾼 목사에게 결혼사기로 걸려들은 공부잘하고 돈이 많지만 박색인 여자는 자기 인생이 거덜난 후에 사기꾼 목사의 젊은 부인을 만나 한(恨)서린 한마디를 하여 목사부부를 경악케 만든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파탄의 삶을 살고 있지만 소설 속 대사는 성경구절을 방불케 한다. 일이 안되면 ‘믿음’ 혹은 ‘기도’ 부족, 남녀 간의 결혼조건은 ‘신앙’, ‘창세 전 예비한 만남’ , ‘예수님과 이미 결혼’ 등 교회를 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술술 내놓을 수 있는 답안지 문구다.
더 나아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믿고 있는 진리(나는 이걸 관념이라고 하고 싶다)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신다. 기적이 일어난다. 그래서 쉬지 않고 기도해야 한다”는 거다. 가난한 목사의 부인은 모든 일들을 남편과 의논하지 않고, 하나님과 의논한다. 그리고 기도까지 꾸준히 한다. 그 덕분에 미국 영주권 획득을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신 걸로 찬양한다.
칼 맑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했다. 반(反) 종교주의에서 종교를 비판할 때 쓰는 말인데 사실 나는 이 말이 종교의 긍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는 말기암 환자들에게 ‘아편주사’는 종교다. 이게 없으면 엄청난 병마의 고통을 그대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에서 처참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종교’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인물들에게 ‘종교’는 아편조차 되지 못한다. 아편조차 통하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이제 들여다 보자! 그러면 소설제목처럼 그들이 왜 ‘아무도 후회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