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꽃
이노 지음 / LINE(라인)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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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꽃 리뷰(스포 주의)

-사랑받지 못한 자의 사랑하는 법

많은 사람이 있고 많은 사랑이 있다. 그리고 그만한 많은 상처들이 있다. 같은 사건일지라도 당사자들에겐 구원이 될 수 있고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을 바닥으로 내던져버리는 절망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흉터가 남을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깨진 접시는 아무리 잘 붙인다 해도 돌아오지 못한다. 아무리 정교한 접착제와 테이프로도 균열까진 지워낼 수 없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한 번 받은 상처는 다시 고칠 수 없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고 좋은 약을 발라도 흉터는 그 자리에 남는다. 하지만 상처가 남아도 언젠간 그 자리에 새살이 돋고 그 통증도 무뎌진다. 사랑에게서 받은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다 해도 그 자리를 매워줄 수 있는 것은 상처를 만들어준 사랑뿐이다.

비꽃의 시작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은커녕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가을을 대하는 의현의 모습에 책을 잘 못 샀나 싶은 마음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이 흘러갈수록 의현의 모습이 안타까워진다. 의현의 행실이 잘된 것은 아니지만 가을을 향한 마음이 그릇된 것은 아님을 느낀다. 의현은 가을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으며 미워하지 않은 날도 없는 그런 애증의 존재로 여긴다. 가을 또한 그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그의 섬뜩한 칼날 같은 행동과 차가운 말에 상처를 받고 의현을 힘들어 한다. 둘은 같은 사고로 인해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자신을 죽일 존재로부터의 구원과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던 존재의 죽음으로 둘은 같은 사건이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의현은 부잣집의 아들로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이 비어있다. 의현의 친 엄마이지만 몸이 약하고 병원신세를 자주 짓던 의현을 실패작이라 생각한 정윤과 아들을 사랑하지만 바쁜 일 때문에 신경써주지 못한 아빠인 재환이었기에 의현이 가족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입양된 형인 의형뿐이었다. 하지만 의형의 죽음으로 의현을 아껴줄 가족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 의현은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된다. 의현이 10살이 되던 해에 가을이 가족으로 입양되어 오고 그녀를 마음에 품었으나 스물셋에 일을 계기로 애증의 관계가 되어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존재가 된다.

가을은 10살이 되던 해에 재환의 집으로 입양되어 온 아이로 1223일의 사고에서 의현과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이다. 이 모습을 보고 재환은 의형에게 해주지 못한 사랑을 가을에게 해주기 위해 입양하게 된다. 대학생 때까지 의현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이후 1223일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함으로 써 의현에게서 미움을 받게 된다.

둘은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이나 서로 닮은 구석이 많다.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했으며 서로에게 깊은 상처가 있지만 그 상처를 남이 치유해 줄 수 있는 게 아닌 서로에게서 다시 치유 받아야 되는 점도 비슷하다. 작품 내에서 서로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의현은 감정을 잃게 되었고, 가을은 더 이상 그림을 완성시킬 수 없게 된다. 가을은 태민을 통해 호전되는 듯싶었으나 마음 깊숙이 있는 의현을 지우지 못돼 결론적으론 결국 의현에게서 마음 깊숙이 있는 상처를 치유 받게 된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하지 못하는 의현이 가을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가을은 받아주고 기다려주기만 하다가 그 모습을 가을이 참지 못해 벗어나는 듯싶었으나 가을 내면에 있는 의현을 잊지 못하고 방황한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의현의 모습에 결국 의현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받지 못한 채 자란 의현에게 유일한 의지가 되던 의형의 죽음이 의현에게 어떻게 받아드려졌고 그 원인이 된 가을을 증오하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의현의 필사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고 본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받은 씻을 수 없는 상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는 것도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글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둡다. 묘사에서도 밤과 어둠, 검은색이 강조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따뜻하면서 서늘한 느낌의 가을과 의현을 보여주는 검은 눈동자 검은 양복 등에서 차가운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자연스럽게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해낸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작가 특유의 세세하고 자연스러운 회사의 분위기가 나타날 수 없었던 작품인 것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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