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머스 히니 시전집 문학동네 세계 시인 전집
셰이머스 히니 지음, 김정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 어느 무렵부터인가 시를 읽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어요.

그냥 마음이 갑갑해 무언가를 마구 읽고 싶은데, 그중에서도 시에 자꾸 마음이 끌리는 거예요.

어렸을 때 접한 시는 책받침에 코팅된 김남조 시인이나 박인환 시인들의 시 정도, 교과서에 실린 시 정도였죠.

 

이성복 시인의 시를 읽은 이후 오랫동안 시집을 가까이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한참 만에 처음 집은 게 이홍섭 시인의 <터미널>이었어요.

저처럼 늦게 아이를 본 시인의 시라면서 직장 동료가 추천해줬죠.

하루에 두어 편씩 천천히 읽어내려갔어요.

 

그렇게 시작된 시 읽기, 이 책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으로 이어졌어요.

겉은 참 정갈한데, 안표지에는 젊은 시절의 히니의 열정적인 모습이 있어요.

눈.길.을.뗄.수.없.었.어.요.

  

히니가 워낙 자연과 관련된 소재로 시를 많이 썼지만 정치적인 목소리가 강한 사람이라 참 조심스러웠어요. 그 두 가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하면서도, 잘못 엉터리로 그의 시를 이해할까봐 걱정이 됐거든요. 읽어보니 역시나... 일상적인 걸 이야기하는 듯한데, 아일랜드 역사라든가 히니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 잘못 해석하기 딱이더라구요.

 

하지만 1252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을 한 편 한 편 읽어내니 시어를 잘못 이해한다 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인이 뭐라 할 것도 아니고요....

 

여러 소재 및 주제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중에서도 히니가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회고하는 시는 남달리 마음을 찡하게 하는 데가 있었어요. 아버지의 일하는 뒷모습을 보며 느낀 감상, 임종 직전의 어머니의 곁을 지키는 모습, 어려서 죽은 동생, 아일랜드 분쟁의 와중에 목숨을 잃은 친척과 친구들에 대한 회고... 그 시들을 읽을 땐 숙연해지더라구요. 

 

12권의 시집 가운데 제일 좋았던 시집은 <정거장 섬>이에요. 그 가운데서도 2부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아일랜드의 순례지를 찾은 시인을 따라 저도 순례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다음으로는 <자연 애호가 한 명 죽다> 추천이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강한 시보다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가 좋네요.

 

더운 여름이었다면 엄두내지 못했을 텐데, 추운 날 시를 읽어가는 느낌이 괜찮았어요. 행복한 시 읽기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