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랑의 섬 아바나의 오컬트 시리즈
다이나 차비아노 지음, 조영실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에 혹했던 것은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쿠바판 <영혼의 집>이라고 권해줬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이지만 아옌데의 책을 읽으며, 또 위노나 라이더보다는 메릴 스트립이 더 눈에 들어왔던 영화 <영혼의 집>을 보며 가슴 한편이 아팠던 기억 탓에 "그렇다면!" 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쿠바 역사의 큰 줄기가 숨어 있었다. 사실 앞부분에 나오는 '유령의 집'이나 두엔데 같은 악동 요정의 이야기에만 빠져(내가 워낙 좋아하는 주제다^^) 한 장 한 장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중국인이나 아프리카인이 쿠바 이민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들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의 세월, 그렇게 형성된 쿠바의 역사와 문화, 심한 부침을 겪은 쿠바 현대사 등등 한 나라, 한 민족의 결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떠나온 조국 쿠바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밴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어떻게 해서든 지켜내려 했던 것 역시 대상은 다를지라도 모두 "사랑"이었다.  

표지의 빨간 머리 여인에게서 작가의 모습,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한 많은 여인들이 느껴진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보호하려는 여인의 결연한 모습 같기도 하고, 잡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에 서글퍼하는 여인 같기도 하다.   

책을 덮고 나니 뭔가 아련함이 느껴진다. 수많은 이야기가 하나로 수렴되는 마지막 결론에서 정말 깜짝 놀라긴 했지만, 여운이 한참 남는다. 결론을 누설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긴 하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도 없고, 참.... 여운만 간직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