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립간님의 "[100자평]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마립간님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지만 마립간님께서는 대단히 견고한 인식틀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란에서 이뤄진 심도있는 토론 대단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마립간님께서 충분히 합리적인 부분을 짚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립간님의 말씀에서 다소간의 불편함을 느껴 몇 자 끄적여 봅니다.
마립간님께선 냉소적인 어투로 여성주의 이론에 입각한 이상적 남성성의 부재를 거론하시며 별 2개를 부여하셨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마립간님께선 기본적으로 여성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제가 마립간님의 말씀에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아마도 제가 여성주의라는 사상의 존재가 가지고 있는 당위성 때문에 여성주의라는 틀 안의 사소한 논전은 존재할지라도 여성주의의 당위나 그 자체에 대한 논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여성주의에 대한 마립간님의 주된 비판점은 여성주의에 명확한 범주의 설정이 부재한다는 사실일 거라 추측하는데 저는 어째서 그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인식한 여성주의는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동으로서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모든 사상의 총체입니다. 그러므로 남성성에 대해서는 각각의 여성주의자마다 수없이 많은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한 명확한 범주의 설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는 않는다 생각합니다. 또한 마립간님께서는 페미니즘이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인 것을 주장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마립간님께선 기본적으로 모든 이론과 현상등을 지나치게 교조화하여 바라보신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마립간님께서 설정하신 기준에서 어긋나면 그 이론을 비정합적인 것으로 간주하신다고 보는데 저는 여성주의 문제에 그러한 접근은 유효하지 않다고 봅니다. 여성주의는 시도와 저항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러한 시도와 저항은 그 움직임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프랑스 혁명이란 대사건은 그 자체에 수많은 모순을 노정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의 전진을 이끈 사건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성주의도 동일한 시좌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여성주의도 여타 많은 사상들과 같이 여러 자기모순을 내포하겠지만 저는 그러한 사실이 여성주의를 모순덩어리라고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앎이지만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