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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강의 시간 3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정말로 뛰어난 감각과 상상이 있다면 겪어보지 않은 인생의 말과 인생을 쓰는 데 굳이 나이는 필수적이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충분한 시간을 겪은 삶을 통해서만 쓸 수 있는 것이어서, (슬슬 ‘대작가‘, ‘거장‘ 등의 별칭이 붙는) 중년을 넘긴 베테랑 작가의 터치가 각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이야기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후속작 ˝우타강의 시간˝은... 여전히 천천히 되어가는 사람과 사람,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의 대화라는 테마를 잘 풀어가고 있지만
70을 앞둔 작가에 대해 점점 더 원숙해지는구나, 대신 이제는 약간 힘이 빠져가는구나, 하는 자연스러운 이해가 앞서긴 한다
대사, 연출, 캐릭터와 드라마 모두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보여준 그것에 비해 한두끗씩 미치지 못하는데, 아쉬운 소리 하긴 싫지만 정말 문장을, 대사를 잘 쓰던 작가다보니 가끔 시간이 준 지혜와 문재를 살짝 바꾼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좀 있다
물론 작가의 격이라는 것과 그 맛은 그래도 어디가지 않는 것이라... 전작을 좋게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반갑긴 하다
여전히 성지순례까지 하게 만든 바닷마을 가마쿠라의 미친듯한 매력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쇠락한 온천마을 가지카마을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또, 노년의 작가가 현 시대정신과 변화를 민감하게 캐치하고(작가가 원래도 자주 쓰던 테마였으니 놀라윤 일은 아니다) 캐릭터의 결핍에 녹여냄으로써 마이너리티 혹은 새로운 보편성에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게 나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