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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첫사랑 ㅣ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5
장이랑 지음 / 폭스코너 / 2024년 7월
평점 :
말 그대로 여자친구와 같이 읽은 유일한 청소년 소설이다. 다 읽고 나서 첫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좋았다. 처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 그게 첫사랑이냐, 아니면 스킨십을 해야지 되는 거냐, 이뤄지지 않고 뭔가 아쉬움(?)이랄까 아니면 후회(?)랄까 그런 게 남아 있어야 첫사랑이냐 등등. 책을 제대로 읽은 것도 아주 오랜만이지만 책을 대충 다 읽고 여자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카톡으로 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솔직히 우리는 책을 잘 안 본다. 글자가 많은 것은 쳐다보기가 무섭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세대는 문자보다는 이미지, 예를 들면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처럼 글자는 많지 않고 그림이 더 많은 것에 확 끌린다. 그래서 우리집도 여자친구네도 청소년 소설 같은 건 늘 어른들이 먼저 읽고 추천을 해주는 식이다. 그러면 거부감이 먼저 든다. 공부해라, 책 읽어라, 정말 귀찮아 죽겠다.
그래서 표지가 눈에 확 띄고 만화 같은 느낌이 나고 또 제목도 사랑 얘기라서 골랐는데 이 책 역시 글씨가 어찌나 많은지 처음엔 많이 무서웠다. 그런데 중간중간 제목도 웃기고 의외로 출연자들의 톡톡 튀는 대사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았다.
스포일러는 금기이므로 줄거리를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때마다 시절마다 첫사랑을 경험하고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반환할 생각까지 하는 주인공 마소이가 참 부럽기는 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중학교 때까지는 누구를 막 좋아해서 가슴이 아파본 적은 없었다. 그냥 또래 녀석들과 장난 치고 노느라 더 바빴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마소이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반호준처럼 트라우마를 크게 겪어본 적은 없지만 자신이 엄청 나약하다고 생각되고 초라하다고 느낄 때 여자친구 앞에 어깨 펴고 나타나지 못하는 그 상황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몇 년을 카톡도 씹고 혼자 땅굴을 파고 들어 앉아 힘들어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책 표지에 적힌 성장통이라는 말이 많이 와닿았다. 어쩌면 나도 성장통을 앓고 있을지도.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들은 대부분 어지럽고 어렵고 어두운 '쓰리 어'가 많은데 이 소설은 풋풋하면서도 뭔가를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 읽고 나면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은 몽글몽글한 기분도 든다. 그래서 추천한다. 한마디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턱을 괴고 소이와 호준이 겪은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게 되니까 말이다.
심장이 콕콕 쑤셔 왔지만, 미안하고 후회스러워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소이는 입안의 여린 살을 잘근잘근 씹으며 꾹 참았다. 왠지 울면 안 될 것 같았다. 울고 속상해하느라 1초라도 흘려 버리는 일 따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 ‘에휴, 미련한 할친손 같으니라고. 어쩌겠어, 내 잘못도 큰데. 하지만 사과는 안 할게, 반호준. 대신 지금 이 순간부터 무조건 잘해줄 거야. 매일 손 잡아 주고 쓰다듬어 주고, 아무튼 실시간으로 엄청 귀찮게 해서 우울한 생각 같은 건 1도 안 나게 할 거야. 딱 기다려, 반호준. 이제부턴 내가 너의 파란 하늘 뭉게구름 우산이 될 거니까.‘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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