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조짐 패러독스 7
보이지 않는 위원회 지음, 성귀수 옮김 / 여름언덕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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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으로 보았을 때 1부에 지적하는 현대 인간 사회의 불합리와 부정의에 대한 반발로 2부에서 아나키즘을 외치고 있다.
사실 아나키즘을 지지할 만큼 인간을 믿지 못하고 책에서 주장하는 반란의 귀결에 동의하지 않지만 1부에서 펼치는 문제제기는 예사롭지가 않아서 150페이지 남짓한 책을 정독하는데 거의 일주일이 걸린 것 같다. '신랄하게 본질을 꿰뚫는다' 는 말로 정리가 될지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의 절대 다수 노동자 민중의 생태가 어떻게 망가뜨려져 왔는가를 전방위적으로 들어낸다. 그야말로 생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게 단지 암묵적인 지배와 착취라는 표피적 장면을 넘어 시스템이 인간 종의 생태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가를 날카롭고도 즐겁게 끄집어낸다.
우리의 '자아'와 '관계' '노동' '도시화' '경제' '환경' 종국에 서구 중심으로 재편되어온 '문명'까지..


자아란 우리 안에서 위태로워진 그 무엇이 아니라, 저들이 우리에게 각인시키려 애쓰는 형상이다. 세상은 우리에게서 질적으로 검사와 분류가 가능한, 즉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극히 제한되고 분할된 자아들을 만들어내고 싶어한다. 실제로는 다양한 생물체들 가운데 일부이며, 각자 나름의 특이성을 갖춘 존재이자, 스스로 살아 숨 쉬는 가운데 세상의 몸을 엮어내는 또 다른 몸뚱어리인 우리에게서 말이다. -p25

노동의 끔찍한 점은 노동 자체보다는 노동 외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수세기 동안 저질러진 조직적인 폐해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사는 동네와 직업, 갈등과 혈연관계의 친숙함이랄지, 장소와 사람들, 계절에 대한 애착 그리고 행동 방식 및 말하는 방식에서의 성실함이 노동이라는 미명 하에 황폐화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p40

마침내 우리는 깨달았다. 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경제자체의 속성이 곧 위기하는 사실을, 일자리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노동이 남아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건 위기가 아니라 바로 성장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건대, 증권시세를 줄줄이 나열해봤자 라틴어로 지내는 미사처럼 따분할 뿐이다. 천만 다행으로 이제 상당수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런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우린 지금 이런저런 사기 행위라든가 암거래로 살아간다거나, 지난 십 년 간 최저생계보조비로 연명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자신이 하는 일에서 정체성을 찾기 못하겠다는 사람들이나, 오로지 여가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도 아니다. 무시를 당하고 뒤로 밀려나면서도 최소한의 소유로 삶을 헤쳐 나가는 대다수 사람들을 염두에 둔 얘기 또한 아니다. 퇴직자들의 사례와 고용시장 유연화를 빙자한 과도한 착취, 그런 모든 상황을 무덤덤히 받아들이는 묘한 대중심리에 충격 받은 사람들 이야기도 아니다. 어떻게든 그들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은 했겠지만, 우리는 그런 이들을 특정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p60


20대에 열렬한 반응을 이끌었던 촘스키 이후 또 한번 날카로운 시선을 만났으니 이쯤되면 누군가에겐 모피어스의 빨간약에 비견될지도...
 

http://youtu.be/ZKyi2qNsk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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