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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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씀하시길,

 

"너 어릴 적에 잃어버린 적 있었어. 그때 놀라서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한참 찾다보니까 니가 동네 어디 구석에 있더라구.

에효.."

 

그 말을 듣고 나니 서서히 기억나는 것 같았다.

 

"맞아, 그때 날씨가 좀 흐렸던 것 같아. 아마 골목에 세워진 오토바이 뒤에 있었던 것 같은데,

왜 거기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

 

이후에 더 명확한 기억이 떠올랐다.

 

분홍색 조끼원피스와 흰색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를 하나로 쫑 묶은 아이의 모습이다.

그리고 뭔가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골목길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옛날 얘기를 꺼내면서

그 말을 했더니 엄마는

 

"오토바이는 무슨, 그냥 어디 골목 구석에 숨어있다가 잠든 거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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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이 진짜라고 믿고 있는 기억이 정말 진짜인지 한번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심리치료사를 찾아가지만

잘못된 치료방법에 농락당해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성이 정말 성추행을 당했다며 수치심에 절망하고 있는데

그 앞에 대고 당신 기억은 거짓이며,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면

바로 그렇구나, 하고 수긍할 여자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여성단체와 사회를 적으로 돌릴 각오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근친 성추행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고,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기억이 거짓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저자가 정말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들을 돕고자 하는 길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저자 또한 자신의 의도가 왜곡될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근친 성추행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의 오랜 기억과 상흔을 극복하도록 돕는 수많은 유능하고 헌신적인 치료사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이 책의 목적이 심리치료 자체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심리치료의 허점을 밝히고 심리치료가 자신의 문제에 도움을 구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길을 제세하려는 것임을 그들이 이해하리라 믿는다. 우리는 치료사가 아니며, 우리가 제기하는 비판은 어디까지나 기억 분야의 연구와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것임을 밝혀둔다."

(...)

우리가 아동에 대한 성추행, 근친상간 폭력의 실상이나 참상에 관해 논쟁하려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기억에 관해 논하려는 것이다."

 

(머리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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