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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평점 :

" 제 시 원고를 돌려주시겠어요?"
"요리책을 써와요. 그러면 계약할 수도 있으니.
··· 시를 쓸 수 있다면 레시피도 쓸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시처럼 깔끔하고 기품 넘치는 요리책을 가져와요."
-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은 일라이저 액턴(Eliza Acton, 1799년~1859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그녀는 시인으로서 살아가길 희망했지만 한순간 집안이 몰락하게 된 것을 계기로 기존에 출판사의 일방적이고도 불쾌한 요구인 '요리책 집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라이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주방 보조로 일할 하녀 '앤 커비'를 만나게 되고 보다이크 하우스라는 하숙집을 운영하며 레시피를 개발하고 요리를 시험했다. 그렇게 10년에 걸쳐 완성된 「현대 요리」책은 일반인을 위해 쓴 최초의 요리책으로 출간 즉시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라서 소설 속의 허구의 인물을 가려내며 읽어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했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은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데, 대부분이 요리가 중심이다.
제목 때문에 화자가 일라이저 한 사람이라 생각했으나 그녀의 보조 앤 커비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홀수와 짝수를 번갈아가며 각 화자의 이야기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 점이 무척 인상 깊었고 소설 속 시간의 흐름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나오는 이야기이기에, 한 인물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두 인물의 상호 간의 이야기, 느끼는 점 등으로 주인공들의 내면과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은 요리가 메인 주제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을지 기대되었다. 시인인 일라이저는 요리책을 써 오라는 굴욕을 맛보았음에도 일라이저가 요리책을 쓰게 된 이유가 나온다. 물론 어려워진 가정 형편이 한몫했지만, 아마 추측건대 형편없는 그 시절의 요리책을 보고 경악한 일라이저의 도전 의식을 건드린 것 같다. 실제로 그녀는 아버지에게 투자 받아 '젊은 여성을 위한 기숙학교'를 설립할 정도의 진취적인 여성이었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일라이저가 표현하는 '재료와 요리, 맛'이 마치 일라이저가 시를 써 내려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애너벨 앱스' 작가가 마치 '일라이저 액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10대 소녀인 액턴이 처음 맛보는 요리에 대해 표현하는 부분이 얼마나 황홀하고 매력적인지, 내가 액턴 앞에 있는 일라이저였다면 아마 감탄하며 쓰다듬어 주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실제로 서로의 관계는 어떠했을지 알 수 없지만(일라이저의 '현대 요리' 책이 출간된 이후, 앤은 일라이저와 헤어졌던 것 같다고 하니.) 소설 속에서 일라이저의 뮤즈는 분명 액턴이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 마디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적인 풍부한 표현으로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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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