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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합본 ㅣ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보통 알라딘에서 책 한권을 주문하면 비닐 포장이 되어서 오곤 했는데, 택배기사분께서 어쩐일인지 두세권 살 때 크기의 박스를 주십니다. '책 5권 분량의 합본이니까 두껍겠지' 막연히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로 보니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커요. 웬만한 사전들을 압도하는 크기네요. 가족들은 혹시 고시공부 시작했냐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안내서>의 표지에도 친절한 서체로 적혀있듯이, 크다고 해서
" 겁먹지 마세요 ! "
두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는 유쾌하고 종이는 술술 잘 넘어갑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배워왔던 지식과 알고있던 사실을 가볍게(전혀 심각하지 않게!) 비트는 듯한 유머는 미칠듯이 재밌어요. 우리 은하계의 행성에 거주하는 인구의 수를 수학적으로 풀어낸 발상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데, 이 책은 매번 이런 식입니다(좋은 쪽으로요!). 우리 은하계 행성에 얼마만큼의 인구가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단순하고 명료한 답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책을 다 읽은 후에 후유증은 심각합니다. 사고의 범위를 간신히 우주적으로 넓혀놓았는데 지구에 돌아와버린 느낌이랄까요. 공간 속에서, 때로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고 우주를 누비는 아서 덴트의 여정이 5권으로 끝났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작가가 살아있었다면 지금까지도 아서의 여행은 계속되었을지도 모를텐데요. 아서가 원하든 원치않든 간에 말이죠.